▲ 심일보 편집국장
2014년을 대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指鹿爲馬’가 선정됐다.

교수들이 올 한해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를 규정지을 수 있는 사자성어로 '고의적으로 옳고 그름을 섞고 바꾼다'는 뜻의 '指鹿爲馬(지록위마)'를 꼽은 것이다.

교수신문은 21일 "지난 8∼17일 전국의 교수 72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27.8%(201명)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 것을 뜻한다. 흑백이 뒤바뀌고 시비곡직이 뒤죽박죽이 된 것을 일컫는 말이다.

진시황이 죽고 2세인 호해가 황제였던 시절, 권신이었던 조고가 반란을 일으키기 전에 다른 신하들이 자기 말을 들을지 시험하기 위해 말을 가리켜 사슴이라고 한 고사에서 유래됐다.

처음에는 윗사람을 농락하는 것을 일컫는 뜻이었으나 지금은 흑백이 뒤바뀌고 사실이 호도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곽복선 경성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2014년은 수많은 사슴들이 말로 바뀐 한 해였다"며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사회를 강타했다.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구사회 선문대 국어국문과 교수도 "세월호 참사, 정윤회의 국정 개입 사건 등을 보면 정부가 사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에 이어 '합리성을 무시하고 억지로 적용한다'는 것을 뜻하는'삭족적리(削足適履)'가 23.5%(170명)의 지지를 얻어 2위에 올랐다.

남기탁 강원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한해 동안 선거용 공약, 展示行政 등을 위해 동원된 많은 정책이 합리성을 무시하고 억지로 꿰맞추는 방식으로 시행됐다”라며 이유를 밝혔다.

삭족적리는 '淮南子' 券17 '說林訓'에서 발을 깎아 신발에 맞춘다는 데서 유래했다. 삭족적리를 선택한 박태성 부산외대 교수(러시아 중앙아시아학부)는 “원칙 부재의 우리 사회를 가장 잘 반영했다”라고 평가했다.

3위와 4위는 세월호 참사를 나타내는 사자성어가 꼽혔다. '지극한 아픔에 마음이 있는데 시간은 많지 않고 할 일은 많다'는 의미의 '지통재심(至痛在心)'이 20.3%(147명)의 지지를 얻어 3위를 차지했다.

'세상에 이런 참혹한 일은 없다'는 뜻의 '참불인도(慘不忍睹)'는 20.2%(146명)의 선택을 받아 4위에 올랐다.

올해의 사자성어 선정은 사자성어 후보 추천위원단이 1차로 사자성어 30개를 추천했다. 또 전공, 세대, 지역을 고려해 선정한 파일럿테스트단 교수를 선정해 이 가운데 5개를 추려내 전국 교수를 대상으로 이메일과 온라인 조사를 통해 설문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에는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施)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혔다.

아마도 청와대와 대통령 주변에 지록위마가 없는지 살펴볼 것이요, 나라가 걱정스럽다면 세간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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