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9년만에 '숙원' 해결…인도 제철소 건설 '물꼬'

▲ 인도를 국빈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현지시각) 인도 뉴델리 대통령궁에서 프라납 무커지 대통령 주최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 인도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윤제현 기자]  인구 12억명의 거대시장인 인도에 우리 기업들의 진출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확대·개정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공안 현행 한·인도 CEPA의 자유화율은 75%로, 90%에 달하는 일·인도 CEPA의 자유화율보다 현저히 낮아 우리기업이 일본기업에 비해 불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만모한 싱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 기업들의 원활한 현지 진출을 위해 과세부담을 줄이고 투자환경을 개선을 하겠다는 약속을 인도 정부로부터 얻어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유화율이 일·인도 CEPA 수준인 90%로 개선되면, 향후 우리기업의 전자제품과 자동차, 디지털콘텐츠 등 수출상품 경쟁력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양국은 이중과세방지협졍 개정에 합의, 상대국 진출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 투자 및 진출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과 싱 총리는 포스코의 인도 오디샤주(州) 제철소 건설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에 합의, 지난 9년간 난항을 겪었던 포스코의 인도 제철소 건설 사업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9년만에 '숙원' 해결…인도 제철소 건설 '물꼬'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무려 9년간 답보상태에 놓였던 포스코의 인도 오디샤주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가 드디어 실마리를 찾게 됐다.

청와대는 이 프로젝트와 관련, 환경인허가 취득과 오디샤 주 정부의 부지인계 뿐만 아니라 광산탐사권 해결에 대한 인도 정부의 약속도 확보해 실질적 해결 국면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2005년부터 인도 오디샤주에 120억 달러를 투입해 연산 12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립하기로 주정부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후 주정부가 2010년부터 부지확보 작업에 나섰지만 불법 거주해온 460여 가구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환경 문제 등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싱 총리의 정상회담으로 오디샤 제철소 건설을 낙관하고 있다"며 "오는 2022년까지 완공하는 것이 목표로 환경 인·허가, 오디샤 주정부와의 협의 등 남은 절차들을 해결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지 일관제철소가 건설되면 동남아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며 "동남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꼬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 공급을 원활히 할 수 있어 현지 경쟁력 강화에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전자·자동차·에너지 등 韓기업 영향력 확대 기대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LS전선 등 이미 인도 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현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인도 시장에 진출한 법인 수는 총 704개. 대인도 투자액은 신고금액 기준 44억4000만 달러에 이른다. 한국 기업들은 인도 현지에 생산 및 판매 거점은 물론 연구개발(R&D) 인프라까지 갖추고 인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1996년 인도 시장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총 38만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루피화 약세에 따른 수입부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판매대수는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시장점유율을 차근히 높이고 있다. 특히 인도 시장을 겨냥해 만든 현지 전략형차인 그랜드 i10은 지난해 9월 출시된 이래 3개월만에 약 3만5000대가 계약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 시장 내 고급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소형 차종에서 벗어나 에쿠스와 제네시스 등 고급 세단 차종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인도 시장에서 소형차 위주로 판매를 해왔지만 향후 판매차량을 에쿠스, 제네시스 같은 고급 세단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치열한 시장 경쟁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도 내 최대 종합케이블 제조사로 손꼽히는 LS전선은 인도의 초고압 케이블과 통신 케이블 등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LS전선 관계자는 "LS전선은 초고압 케이블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면서 "특히 이러한 케이블 외에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접속재 제조기술과 시공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어 턴키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로컬 업체들 대비 커다란 장점"이라고 말했다.

효성은 송전선로나 변전기기에서 발생하는 사고 등을 방지하는 초고압차단시스템인 가스절연개폐장치(GIS)로 인도시장을 개척, 수출 중이다. 독자기술로 GIS를 개발한 효성은 기존 단로기, 피뢰기, 차단기 등 개별 기기들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생산단가를 낮췄다.

효성 관계자는 "한국과 인도 간 정상회담으로 GIS 뿐 아니라 신축성이 좋은 섬유인 스판덱스 '크레오라' 수출확대가 기대된다"면서 "향후 인도시장의 변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지 문화와 관습을 파악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는 현지 특화 마케팅을 펼쳐왔다. 대표적으로 'F5100 LED TV'를 꼽을 수 있다. 삼성은 파티와 음악, 영화를 즐기는 인도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음악과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친구, 가족과 함께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F5100 LED TV를 판매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현지화 전략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인도 평판TV 시장에서 30.8%(매출액 기준)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달성했다.

TV 뿐만 아니라 덥고 습한 인도 지역 생활환경에 특화한 가전제품들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가정에서도 간편히 얼음을 만들 수 있도록 자동 얼음 제조기를 장착한 고급 양문형 냉장고와 '인버터 컴프레서'를 적용해 10년간 품질 보증을 해 주는 '탑 마운티드 냉장고'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 '갤럭시 S4', '갤럭시 그랜드', '갤럭시 스타' 등을 통해 인도에서 처음으로 힌디어를 포함한 10여종의 로컬 언어를 제공하는 현지화 전략으로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2011년 말 이후 줄곧 1위를 이어오고 있다.

뉴델리와 푸네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LG전자 역시 1997년 인도시장에 진출한 이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G전자는 열악한 현지 전력사정으로 정전이 빈번한 점을 고려, 전원이 끊긴 후에도 7시간 동안 냉기를 보전하는 '에버쿨' 냉장고, 지역별 판이한 음식 문화를 고려해 301개의 자동 조리 메뉴를 적용한 광파오븐 등을 선보였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지 주거환경과 문화를 고려한 가전제품들을 지속 선보인 결과 인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1위로 손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대통령의 이번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확대·개정하기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세일즈 외교의 최대 성과란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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