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대법원이 24일 확정 판결을 내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출용 원전 비리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송모(49) 전 부장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7억원의 납품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사건이다.

이 사건은 출발은 송 전 부장의 부인이 갈갈이 찢어 숨겨놓았던 메모지 한 장에서 시작됐다.

검찰 등에 따르면 "당시 원전비리 수사팀은 송 전 부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안방 화장대 탁자용 거울 뒤쪽에서 찢긴 메모지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 메모지에는 송 전 부장이 10억여원의 자금을 받아 수억여원을 사용하고 7~8억여원 정도가 남아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송 전 부장을 상대로 뇌물을 제공한 업체 확인에 들어갔다.

송 전 부장은 현대중공업이라고 밝히지 않은 채 버티다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그 충격으로 구치소에서 목을 매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당시 교도관이 송 전 부장을 발견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수사팀은 이 메모지를 토대로 송 전 부장을 집중 추궁, 결국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뇌물을 제공받은 사실을 파악했다.

그 결과 검찰은 현대중공업 측이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UAE 수출 원전의 비상용 디젤 발전기 등을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송 전 부장에게 17억여원의 뇌물을 건넨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제3자인 박모(52)씨와 컨설팅 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형식적인 자료를 만들고 이에 대한 용역대금까지 지불한 것으로 꾸민 후 송 전 부장에게 뇌물을 전달했다는 것도 수사를 통해 확인했다.

송 전 부장은 뇌물액으로 인정된 17억여원 중 10억원을 전달받아 4억여원을 사용했지만 지인에게 맡겨둔 6억원은 압수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송 전 부장이 처음에는 메모지에 적혀 있는 내용을 부인하다가 나중에 제주도에 사는 지인한테 보냈다고 인정하더라"며 "그 한 템포 때문에, 그게 아니었으면 현대중공업이 그랬는지 알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만약 그때 송 전 부장이 사망했으면 현대중공업 수사는 안되는 거였다"면서 "받은 사람이 죽어버렸는데 될 수 있겠느냐. 결국 수사는 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 전 부장은 이날 징역 12년에 벌금 35억원, 추징금 4억3050만원이 선고된 원심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또 송 전 부장에게 뇌물을 전달한 현대중공업 김모(57) 전 전무 등 2명에 대해서도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송 전 부장은 이 외에도 국내 원전 케이블 시험 성적서를 위조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최근 징역 4년이 확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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