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트 엣지 몽블랑 S펜
[이미영 기자]올 한해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한 해였다.

반면 그동안 스마트폰에 밀려 그늘에 가렸던 반도체 산업은 다시 한번 옛 영광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다.

25일 업계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 등 기존 강자들에 더해 샤오미, 화웨이, ZTE, 비보, 오포 등 중국 업체들까지 가세하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도 상황은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특히 지난 10월1일부터 시행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여파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는 등 '비상'이 걸렸다.

진짜 '위기'가 다가온 것이다. 이는 각종 숫자로도 증명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이 8%p 가까이 급감한 반면, 같은 기간 애플과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은 세력을 확장해가며 삼성전자의 자리를 위협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여전히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출하량과 시장점유율은 급감했다. 3분기 삼성전자는 7321만2400대를 출하해 24.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2.1% 보다 7.7%p나 감소한 것.

반면 애플은 아이폰6 열풍을 등에 업고 지난해보다 점유율을 늘리며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3~5위는 화웨이와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업체들이 나란히 차지했다.

이같은 치열한 시장 환경은 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택도 몰락시켰다. 2차 워크아웃에 이어 법정관리라는 위기를 맞은 것.

팬택은 2011년 12월 1차 워크아웃 졸업 이후 베가 시크릿 노트 등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 인수,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 등 글로벌 업체들의 인수합병 등에 따른 글로벌 경쟁구도의 변화, 삼성과 애플로의 쏠림현상이 지속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팬택은 현재 매각 절차를 밟으며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팬택과는 달리 LG전자는 '반전'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전략 스마트폰 'G3'의 흥행으로 지난 3분기 5년 만에 휴대폰 매출 4조원, 3년 만에 분기 판매량 2000만대를 넘어섰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한 이후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던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이 실적 개선의 '일등공신'으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LG전자도 글로벌 시장에서 보폭을 넓혀가려면 앞으로 삼성전자, 애플, 중국 업체들과 겨뤄야 한다. LG전자가 과연 얼마큼 차별화된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이처럼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비틀'거리는 사이 애플과 중국 업체들은 빠르게 영토를 확장해 나갔다.

애플도 화면 사이즈를 키운 '아이폰6 플러스'와 아이폰6를 내놓으며 다시 한번 '아이폰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중국 업체들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전세계 시장에서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샤오미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고, 화웨이는 한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도 모토로라의 브랜드력을 등에 업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준비를 단단히 갖추고 있다.

한편 국내 스마트폰 산업이 주춤대는 사이 반도체는 다시 '효자품목'으로 급부상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이 휴대폰 영업이익을 앞서는 결과를 냈다. 한때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며 고공 행진을 거듭해 온 IT모바일(IM) 사업부가 반도체에 실적 '일등공신' 자리를 내준 것이다. 반도체 부문 영업익이 휴대폰을 앞선 것은 스마트폰 사업을 본격화한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SK하이닉스도 올해 사상 최대실적을 연이어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매출 4조3120억원, 영업이익 1조3010억원, 순이익 1조950억원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0%를 돌파했고, 순이익률은 25%에 달했다.

특히 3분기에는 기존 주력사업인 D램뿐만 아니라 지난 분기 적자를 냈던 낸드플래시 사업도 흑자로 돌아서는 등 전반적인 경쟁력을 높여 그 의미를 더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상 최대 점유율을 기록하며 5위에 올랐다. 시장조사업체인 IHS테크놀로지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22.9% 증가한 157억3700만 달러, 시장점유율은 4.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4위에 오른 마이크론의 시장점유율(4.6%)과 0.1%p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SK하이닉스가 지속적으로 선전할 경우 내년 마이크론을 제치고 4위에 올라설 가능성도 커 보인다.

다만 반도체 시장도 '차이나 리스크'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중국 업체들은 아직 메모리 반도체 시장엔 진입하지 못했지만,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들을 내세워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시작으로 서서히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도 반도체 사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2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내놓으며 자국 업체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의 재도약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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