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 휴대폰과 반도체 시장의 화두 역시 '중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 '차이나 리스크'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은 내년 중저가폰 비중을 대폭 늘려 글로벌 시장 경쟁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돼 있던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축도 내년에는 중저가로 옮겨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업체간 차별화 축소로 프리미엄이 감소하고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급격한 시장 변화가 있었지만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며, 향후 중저가폰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중저가폰 시장이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등 글로벌 시장 환경이 급변했지만,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경쟁에 몰두하느라 프리미엄 시장에서 전력을 쏟아 부었다. 그러는 사이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중저가 시장을 파고들었고, 이제 가격 뿐만 아니라 완성도 높은 스마트폰 제품들을 속속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의 자리까지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에 삼성은 내년 한 해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 노트' 시리즈로 프리미엄 시장을, 이미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 시장에서 출시한 A시리즈와 함께 E시리즈와 J시리즈 등을 대거 출격시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까지 품에 안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체개발한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탑재한 10만원대 초저가 스마트폰 'Z1'을 다음 달 인도에서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Z1을 내년 2월에는 중국에서, 상반기엔 한국에서도 출시할 계획이다.

LG전자도 10대를 겨냥한 중저가 스마트폰 '아카'를 선보였고, 내년 1분기 중저가 보급형인 L시리즈와 F시리즈의 후속모델들을 차례로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과 LG전자 이외에 외산 스마트폰 업체들도 중저가폰을 앞세워 국내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올해 중국 화웨이는 X3를 50만원대 출고가로 국내에 진출했으며, 소비자의 반응을 본 뒤 추가로 다른 모델 판매도 검토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스마트폰시장에서 중저가폰 비중은 2011년 20.4%에서 연평균 10%씩 증가해 올해 50%, 2015년에는 52~5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 한해 주력 성장엔진 역할을 담당했던 반도체는 내년에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수급 불안 논란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적 개선 폭은 올해 보다 둔화될 전망이다. 시스템 반도체 부문은 일부 의미있는 성과도 나오기 시작하겠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D램 수요도 결국은 모바일, 서버, PC가 주가 될 것이며 수요증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스마트폰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고 PC도 기대이상의 서프라이즈를 내기는 쉽지 않다고 보면, 전체적으로 내년 D램 수요 증가율이 올해 수준을 넘어서기란 만만치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올해와 내년에 걸쳐 진행되는 삼성전자 S3 라인의 D램 용도 변경과 SK하이닉스의 M14라인 신규 공사 등이 공격적으로 진행된다면, 내년 D램 수급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만 여러 논란에도 내년 D램 시장규모는 올해보다 8% 성장한 500억달러, 낸드도 올해보다 9% 성장한 321억달러로 메모리 시장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경우 내년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팹리스(Fabless·설계전문) 시장은 미국 퀄컴이 장악하고 있고,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또 다른 한 축인 파운드리(Foundry·위탁생산)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다.

노근창 HMC 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호황 지속, 시스템반도체 어려움 지속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은 2015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메모리 반도체가 한국 업체들 중심으로 재편된 반면에 시스템 반도체는 미국과 대만 업체들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내년에는 중국 업체들의 도전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노 연구원은 "스프레드트럼 이외에 파운드리 업체인 SMIC와 인텔과 제휴한 록칩 등 중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인텔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판매하는 아톰 CPU의 파운드리를 중국 업체에 할당할 가능성이 커지는 등 중국발 시스템 반도체 위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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