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민영화 수순’ 짙은 의구심 정부 “아니다”는 말로는 신뢰 못 얻어

‘민영화·자회사 반대를 위한 철도파업’이 18일 현재 10일째로 65년 철도노조 사상 가장 긴 파업이다. 회사 쪽이 본격적인 민영화에 나섰다는 노조의 의구심을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정부의 말은 노조 측을 설득하기에는 힘이 부족해보인다. 여기에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노동·시민사회와의 대결 수위는 증폭되고 있다.

코레일은 “수서발 케이티엑스(KTX)는 민영화 대상이 아니며 코레일 계열사로 확정됐다”고 말한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철도 민영화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다. 실제 수서발 케이티엑스의 운영회사는 박근혜 정부 들어 코레일 소유(30% 지분)의 자회사로 추진됐고, 최연혜 코레일 사장 취임 뒤인 지난 10월에는 코레일의 지분을 41%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나왔다.

 이를 두고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지분 비율이 변화할 뿐 애초 국토교통부가 민영화를 전제로 설계한 방안이란 점은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 쪽은 “이전 정부의 민영화 추진 세력이 현재 국토부의 주요 관리”라며 “민간이 지분을 매입하도록 정관을 개정하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말한다.

 ‘원초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각계에서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누차 민영화 안 한다고 발표했는데도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국민 경제에 피해 주는 명분 없는 파업”이라고 맞받았다. 박 대통령 말대로라면, 최연혜 사장도 원래 정부안이던 ‘30% 코레일 지분의 자회사’를 고칠 까닭이 없었다. 최 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사장으로 온 뒤 민영화 가능성이 없도록 방안을 고쳐 지분을 종전 계획보다 많은 41%로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혜 사장은 “코레일이 독점기업으로 비교 대상이 없어 (자회사를 두게 되면) 2개 회사를 통해 선의의 경쟁이 가능하다”고도 말한다. 자회사가 내부 경쟁을 통한 체질 개선 수단이란 논리다. 노조는 “철도 특성상 경쟁 효과가 없다”고 반박한다.

 임석민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는 “수서발 열차 회사가 두곳이라면 경쟁이 될 수도 있겠다. 철도는 구조적으로 지역·궤도 독점이라 경쟁이 되지 않아 경쟁보단 효과적인 규제가 맞다”며 “유일한 흑자 사업인 케이티엑스를 반토막 내면 코레일 적자, 이에 따른 국민 부담만 커진다”고 말했다.

이번까지 ‘철도 민영화’가 쟁점인 파업은 세차례다. 철도청에서 철도공사로 바뀌고 시설·운영이 분리된 2002~2003년이 시작이었다. 당시 파업은 3~4일을 넘기지 못했다. 2008년 필수유지업무 제도가 도입되기까진 ‘전면 파업’ 형태여서 여파가 훨씬 컸기 때문이다. 코레일이 무리하게 대체인력을 투입하며 운행률을 높일수록, 파업이 장기화된다는 역설도 가능해진다.

 철도노조 파업은 박근혜 정부가 당면한 첫 공공부문 파업으로, 향후 파업에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지 예측하는 ‘가늠자’ 구실을 할 전망이다. 박흥수 연구위원은 “엠비(MB) 정부 낙하산인 허준영 전 사장 때 (철도노조 60년 만에) 단협을 일방 해지하고 대화 자체를 거부해 노사 관계가 극히 악화됐다”며 “다시 강경 대응만 최고라는 정부·회사의 태도에 노조의 분노감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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