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유가가 ‘뉴노멀’(new normal, 장기 저성장 국면을 설명하는 새로운 경제질서)시대에 도달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이 대형 산유국으로 부상한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거부하고 있고, 중국, 유럽 등의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일까?

6개월 전 배럴당 110달러선에서 거래되던 브렌트유는 이미 이달 저점인 59.5달러까지 추락했고, 22일(현지 시각)에는 배럴당 61.15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01달러에서 53.94달러까지 주저앉았다(월요일에는 배럴당 56.81달러에 거래됐다).

결과적으로 유가는 스스로 가격을 조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가 하락은 생산 비용에 타격을 주고 공급 증가세를 제한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가 하락이 경기 부양 효과를 가져와 수요가 개선될 수도 있지만, 그러한 일은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달 초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 수요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번 하향 조정은 최근 여섯 달 동안 다섯 번째로 이루어진 것이다.

원유 생산업체들은 이미 저유가의 여파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내년 유가 전망은 어떨까?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J)이 전문가들의 전망을 들었다.

데이비드 허프턴 원유 중개업체 PVM 최고경영자(CEO)

“유가가 곧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조짐이 있다고 본다.

사람들은 더 낮은 가격에 원유를 판매하기를 꺼리기 시작해 터널 끝에 빛이 보이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타격을 입은 원유 생산업체, 특히 미국과 캐나다의 셰일가스 생산업체들이 패닉에 빠지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원유 수요가 곧 반등할 것이라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따라서 유가는 반등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 가격이 회복될까하는 것인데,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배럴당 80달러는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시몬 레드먼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유럽법인 원유가스 부문 전문가

“내년에 브렌트유는 배럴당 평균 70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평균 65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의 수요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효율성이 제고된 점도 원유 수요 감소에 한몫하고 있다. 과잉공급에도 불구하고 원유 생산이 이른 시일 내에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선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유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볼만한 근거도 있다. OPEC이 다시 카르텔 역할을 하려 하면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석유 업체들도 내년 투자 계획을 재고하면서 내년 중순경에 원유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셰일가스 생산량이 대폭 감소할 수도 있다”.

카시 카말 ‘석덴파이낸셜’ 애널리스트

“시장 참가자들이 유가의 바닥을 찾고 있다. 배럴당 80달러였다가 70달러, 지금은 60달러다.

그러나 현재 수요 전망이 밝지 않아 이같은 수준에서는 바닥을 찾지 못했다. 미국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유로존 경제는 여전히 취약하고 중국의 산업 및 제조업 성장률도 둔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공급도 단기에 줄어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OPEC 회원국들은 산유량을 유지하기로 한 자신들의 결정을 강력하게 옹호하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내년에도 유가가 낮아질 수도 있다.

공급은 늘어나지만 수요가 부진해 내년에도 유가가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로 인해 저유가 전망에 한층 더 힘이 실리게 될 것이다. 현 유가 수준이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마이클 배리 ‘팩츠글로벌에너지’(에너지 컨설팅 업체)컨설턴트

“내년에 브렌트유는 배럴당 평균 56달러, WTI는 51.50달러선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 1분기에 50달러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OPEC은 계속 감산을 거부해 이미 과잉된 원유 공급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 하반기에 브렌트유는 60~65달러선으로 소폭 반등할 수도 있다.

그러나 OPEC이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것을 우려해 더 큰 폭으로 반등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OPEC은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업체들을 압박하기 위해 가격을 그 정도 선으로 유지하려 할 것이다”.

암리타 센 ‘에너지에스펙트’ 원유 부문 선임 애널리스트

“현재의 낮은 유가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아마도 내년에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선이나 70달러선 초반에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내년 하반기에는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크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 쌓여있는 재고 규모가 내년 초에는 더 늘어나 반등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수요와 공급이 반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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