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을미년(乙未年) 새해 화두는 단연 '남북 정상회담'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신년사를 통해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이날 신년사 내용은 과거에 비해 전향적인 부분이 적지 않은 느낌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북남 사이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해 끊어진 민족적 유대와 혈맥을 잇고 북남 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며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해 북남 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분별 회담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화와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의 어떤 배경이나 의도에서 정상회담이란 단어를 꺼냈는지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김정은의 이날 발언은 자신이 처한 대내외적 위기의식 때문이란 것이다.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 통과, 영화 '인터뷰' 해킹 파문 등으로 북한 체제가 국제적 논란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 개선 없이는 대미·대중 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한편 광복·분단 70주년을 맞아 선제적으로 '통 큰 제안'을 함으로써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잡고, 북 주민들에게는 '통일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하려는 속내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은 "우리 민족이 외세에 의해 분열된 때로부터 70년 세월이 흘렀다"며 "세기를 이어오는 민족 분열의 비극을 이제 더 이상 참을 수도, 허용할 수도 없다"고도 밝혔다.

정치적으로는 광복·분단 70주년을 맞아 선제적으로 '통 큰 제안'을 함으로써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잡고, 북 주민들에게는 '통일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하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언론들은 신년사 20%가 남북관계에 해당될 정도로 파격적이면서 정상 회담을 제안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를 내놨다.

청와대의 생각은 어떨까

이에 대해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 중 "북과 남은 더 이상 무의미한 언쟁과 별치 않은 문제로 시간과 정력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하며 북남관계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을 눈여겨 보고 있다.

청와대는 앞서 지난해 12월 통일준비위원회 차원에서 2015년 1월 당국간 대화를 하자고 제안한 바 있는데 역으로 다시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기존 대화 채널을 뛰어넘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새로운 자리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북한 고위층이 청와대를 예방하지 않았던 것도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풀어갈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공을 던진 의미가 있다는 것.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사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를 비교하면 북한이 2015년 군사적 대결 국면을 끝내고 한반도 안정화를 바라고 있다는 의지가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김 위원장의 신년사 내용이 박 대통령 신년사보다 열두배 가량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청와대는 남북관계의 최대 걸림돌인 '5. 24 조치'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느낌이다.

2010년 5. 24 조치 해제는 북이 천안함 사건을 부인하고 있고 사과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서로 상호 해석이 가능한 형태로 조사 및 조치 문제를 포함한 합의문을 작성해 풀고 정상회담 여건을 만드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청와대는 올해 분단 70주년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는 눈치다.

통일준비위원회가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연결시킬 필요가 있고  북한에 흡수통일에 무게를 두는 시그널을 주지 않는 방법에 대해 고민중인 모양새다. 

남북정상회담 전초전이 오는 5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해법찾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어쨌건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내용이 형식치례로 끝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70년 동안 등을 돌리고 한이 아직도 가슴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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