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수사 결과 발표하는 유상범 3차장
[윤광희 기자]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및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른바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박지만 미행보고서' 등에 대해 모두 허위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더불어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박관천(49·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경정과 공모해 '정윤회 문건' 등 청와대에서 생산·보관된 대통령기록물 17건을 무단 유출했고, 이와 별도로 박 경정은 14건의 대통령기록물을 몰래 빼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와함께 검찰은 "박관천 경정을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공용서류은닉, 무고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한모(45) 경위를 공무상비밀누설, 방실침입·수색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검찰수사 도중 자살한 정보분실 소속 최모 경위에 대해 공소권없음으로 처분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박지만 EG그룹 회장에게 '靑(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대통령) 측근(정윤회) 동향' 등 17건의 대통령기록물을 무단 유출하고, 공무상비밀을 누설한 혐의가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박 경정은 이와 함께 지난해 2월 서울경찰청 정보분실로 '정윤회 동향' 등 대통령기록물 14건을 정보분실장 사무실과 도봉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사무실 등에 보관·은닉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박 경정은 또 지난해 5월~6월 유출 문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BH(청와대)문서 도난 후 세계일보 유출 관련 동향'이라는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뒤 유출 문건 사본과 함께 청와대에 제출하며 다른 경찰관과 검찰수사관 등을 무고한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 경정은 조 전 비서관의 지시로 박 회장의 비서출신 전모씨를 통해 문건을 전달했다.

이 중에는 '정윤회 문건'뿐만 아니라 'EG 대주주(박지만) 주식 일부 매각에 따른 예상 동향', 'VIP 친척(박지만) 등과의 친분과시자 동향보고', 'VIP 인척 친분과시 공직자 동향 보고', '240억원 법인주식 횡령 피의자와 VIP인척 유착 관련 동향', 'VIP 방중 관련 현지 인사 특이 동향(VIP친분과시 등) 보고', '전북지역 군부대 이전 관련 VIP인척 유언비어 조치 결과' 등이 포함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박 경정이 박 회장 측에 건넨 문건은 모두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이들 문건 중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공무상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박 경정이 유출한 문건이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최모 경위와 한모 경위를 통해 언론사 기자와 대기업 직원에게 전달된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 경위는 지난해 2월 정보1분실장 사무실에 침입해 박 경정이 임시로 옮겨놓은 청와대 문건 14건 등을 무단 복사해 최 경위에게 전달했고, 대기업 직원에게 청와대 행정관 비리를 알려주는 등 공무상비밀을 누설했다.

한 경위는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다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아파트 소화전에 숨겨둔 이동식저장장치(USB)가 발견되면서 범행이 탄로났다.

USB에는 한 경위와 대기업 정보담당 직원과의 통화녹음 파일이 발견됐으며, 녹음파일에는 한 경위가 박 경정의 문건을 무단 복사해 최 경위에게 문건을 전달한 내용이 녹음돼있었다.

최 경위는 한 경위로부터 넘겨받은 복사본 중 일부를 카카오톡 사진으로 촬영해 세계일보 기자에게 전달했고, 이후 복사본 문건을 통째로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청와대 문건은 박 경정→한 경위→최 경위→세계일보, 조 전 비서관→박 경정→박지만 회장의 측근 전모씨→박지만 회장의 경로로 유출·누설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현 정권의 비선(秘線) 실세로 불리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나 청와대 비서진을 지칭하는 십상시(十常侍)의 실체에 대해서도 허위로 결론 냈다.

검찰은 정씨와 청와대 비서진간 통신자료 분석, 모임장소로 지목된 강남 J중식당 예약장부, 제보자로 알려진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등 관련자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 등을 통해 문건의 내용이 사실무근인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결과 정씨와 청와대 비서진 중 누구도 J중식당을 방문한 사실이 없었고, 이재만·안봉근 비서관이 시사저널과 세계일보의 정윤회씨 관련 보도 이후인 지난해 3월24일~4월3일, 지난해 11월24일~29일 수차례 통화한 것을 제외하면 정윤회와 청와대 비서진간 통화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또 휴대전화 발신기지국과 접속·중계기록을 토대로 정씨와 청와대 비서관이 모임을 가진 정황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정윤회 문건 내용은 신뢰할 만한 출처나 근거가 없음에도 박관천 경정이 박동열씨로부터 들은 풍문과 정보 등을 빌미로 과장, 짜깁기하고 정윤회씨의 언동인 것처럼 덧씌워 사실과 다르게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박지만 미행설'은 박지만 회장이 지난 2013년 말 지인 김모씨로부터 정윤회씨가 미행한다는 취지의 말을 전해 듣고, 측근 전모씨를 통해 박 경정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면서 불거졌다.

박 회장은 지난해 1월 박 경정으로부터 "정윤회의 사주를 받은 남양주 카페 운영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미행한다"는 내용을 보고받고 정씨의 미행설을 믿게 됐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화해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경정은 미행 관련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회장님 미행관련 件' 제목의 4쪽 분량 문건을 박 회장에게 건넸지만, 문건에 등장하는 남양주 카페 주인과 아들은 정씨와는 안면이 없는 사이로 실제 미행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 경정 역시 검찰조사에서 문건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거나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 많은 점을 들어 허위 내용임을 인정했고,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에게 미행 문건 작성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결국 미행설은 김모씨→박지만→박지만의 지인→시사저널로 전달되면서 근거 없이 생성·유포된 풍문에 불과하다"며 "박 경정이 마치 미행설의 실체가 있는 것처럼 허위 내용을 보고해 박 회장으로 하여금 미행설에 확신을 갖게 하고, 마치 구체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허위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윤회씨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 등을 제기하며 총 12명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수사의뢰한 사건은 별도로 분리해서 처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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