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윤 전 의원
[윤광희 기자]"미신고 계좌를 통해 불법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지난해 12월19일 정당해산 및 국회의원 자격상실 결정을 받은 옛 통합진보당 오병윤(58) 전 의원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한 이유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빈)는 8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오 전 의원에게 1심보다 가중된 형인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오 전 의원은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로 인정된 미신고 계좌를 통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와 증거은닉 혐의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오 전 의원은 당시 민주노동당의 사무총장이자 회계책임자로서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운용할 책임이 있는데도 7억여원에 달하는 거액의 불법 정치후원금을 수수한 점이 인정된다"며 "오 전 의원은 당시 미신고 계좌를 통해 불법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계좌를 통해 후원금이 꾸준히 들어왔고 대부분의 돈이 선관위에 등록된 다른 계좌로 이체됐다"며 "오 전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미신고 계좌의 계좌번호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정당의 회계 실무자들이 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것은 이들의 실수나 독자적인 판단이 아닌 당시 회계책임자였던 오 전 의원의 지시나 승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증거은닉 혐의에 대해서도 "오 전 의원이 은닉한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오 전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에서도 중요한 증거자료"라면서 "민노당의 비협조로 경찰의 압수수색이 다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 명백한 상황에서 이에 대비해 증거를 은닉한 것은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오 전 의원이 범행을 저지른 것은 후원당원도 일반당원이라는 잘못된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그리 크지는 않아 보인다"며 "과거 민노당의 잘못된 위법행위를 그대로 용인했을 뿐 적극적으로 범행을 계획하거나 주도한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 전 의원은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며 "후원금을 보낸 기부자들 역시 대부분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에 비춰볼 때 오 전 의원의 가벌성이 기부자들보다 결코 작지는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오 전 의원은 민노당 사무총장을 지내던 2008~2009년 수십곳의 노동조합으로부터 7억여원의 불법 정치후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2011년 8월 재판에 넘겨졌다. 오 전 의원은 2010년 2월 민노당 서버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당시 당원들의 이름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없앤 혐의(증거은닉)도 받았다.

이에 대해 지난해 5월 1심은 "오 전 의원이 미신고 계좌의 존재를 알면서도 이를 은폐했다고 볼 수 없고,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은닉을 했다는 점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오 전 의원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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