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삼성전자가 지난 8일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성적을 내놓자 전자 부품 3사도 내심 반기는 눈치다.

2013년 실적에는 못미치지만 지난해 4분기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5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은 것으로,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 추정한 삼성전자의 4분기 매출은 약 51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4조8000억원이었다.

11일 전자업계 및 증권가 전문가들은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 계열사들은 지난 4분기 우호적인 환율 환경과 '맏형' 삼성전자의 선전에 힘입어 시장의 기대를 넘는 실적을 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에 소형 2차전지 등을 공급하는 삼성SDI는 지난 3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 여파로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당초 삼성SDI는 지난해 7월 제일모직 소재부문과 합병으로 시너지를 낼 것이란 기대가 모아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지난해 3분기 매출 1조8918억원, 영업이익 262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매출은 전분기(합병 전 에너지솔루션부문과 소재부문의 단순 합산 기준) 대비 0.2%, 영업이익은 45.8% 감소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삼성SDI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2배가량 증가한 500억원대를 기록하며 시장 컨센서스(440억원)를 뛰어넘을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지목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우호적 환율과 더불어 삼성전자 스마트폰 물량 증가에 따른 소형전지 매출 증가, 전자재료 수익성 개선 등이 실적 개선의 배경"이라며 "올해는 전자재료 중심의 소재 부문 수익성 개선과 대형전지 적자 감소, 적자사업인 PDP 종료 영향으로 전년대비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4분기 삼성전자, 애플, 중국 고객들의 신규 제품 출시로 각형과 폴리머 2차전지 판매량은 각각 전분기 대비 5%, 20%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자동차용과 ESS(에너지저장)용 중대형 2차전지 판매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고 에너지솔루션 사업부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한 15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자재료 사업의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지고 있고 소재 사업부 영업이익은 케미컬 사업 비수기임에도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실적 개선은 분명하며, 삼성SDI는 1998년 IMF 위기시절 삼성그룹의 버팀목 역할을 했고 앞으로는 삼성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속되는 실적 부진으로 그룹차원의 경영진단까지 받은 삼성전기도 지난 4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이 점차 회복세를 그릴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에 휴대폰용 HDI 기판 및 카메라모듈 등의 부품을 납품하는 삼성전기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7217억원, 영업손실 69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로는 7%, 전년동기 대비로는 1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분기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4분기에는 다시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기가 지난 4분기 230억~33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을 이뤄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상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재고조정에도 갤럭시노트4, 갤럭시A 등 신제품 출하량 증가와 북미 및 중화권 고객사향 매출 증가,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 효과 등으로 전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삼성전기의 올 한해 실적 개선은 카메라 모듈 및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FC-CSP) 매출액 증가가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저가폰인 갤럭시A 시리즈에 이어 2월에는 갤럭시E 시리즈를 포함해 지역별 특화된 저가폰의 출시로 인해 1300만 화소의 카메라 모듈 수요가 대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또 3월에는 플래그쉽인 갤럭시S6 출시로 2000만 화소 이상 초고해상도 카메라 모듈 수요가 발생하면서 카메라모듈의 평균 ASP는 전분기 보다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목현 연구원은 "실적 개선 배경은 우호적 환율과 삼성전자 하이엔드 스마트폰 '갤럭시노트 4' 양산 본격화 및 중저가 A 시리즈 판매 호조에 따른 부품 수요 증가"라며 "특히 카메라모듈은 갤럭시노트 4의 손떨림방지(OIS) 부가 기능 신규 탑재로 제품 믹스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FC-CSP는 스마트폰 슬림화에 따라 주요 고객사 내 임베디드 수요 증가로 가동률이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3분기 적자를 겨우 면한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자의 DP 사업부)도 4분기에는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성적표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4분기 영업이익을 4000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악화로 지난 3분기 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93.9%, 전분기 보다 72.7%나 급감한 수준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CD 패널가격이 TV를 중심으로 계속 상승하면서 LCD 부문 손익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며 "OLED 손익은 손익분기점(BEP)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재 갤럭시 노트 엣지에 공급되고 있는 플렉서블 OLED 패널 수율은 문제가 없는 상황이고, 내년 이후로는 더욱 플렉서블 물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디스플레이 부문은 OLED 부문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TV 패널 수급 호조로 인해 대형LCD 부문의 실적이 전분기 대비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쨌건 주변의 우려와 다르게 한국경제의 '맏형'격인 삼성전자의 호 실적 달성이 삼성전자 부활의 '신호탄'이 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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