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김민호 기자]"국민 여러분께 허탈함을 드린 데 대해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과 관련해 "이번 문건 파동으로 국민 여러분께 허탈함을 드린 데 대해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며 대국민사과를 하고 청와대 조직개편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여러 가지 일들로 사회를 어지럽혔던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결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도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으로 부정했다.

또 인적쇄신과 관련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및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려온 세 비서관에 대해서도 당장 교체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분야와 관련,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차질없는 이행을 강조했다. 또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올해 설을 전후로 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면서 북한이 대화에 적극 응할 것을 촉구했다.

문건 유출에 첫 공식사과…인적쇄신은 거부의사

박 대통령은 취임 뒤 같은 형식으로는 두 번째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청와대 내부문건 유출사고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우선 신년구상을 통해 "나라를 위해 헌신과 봉사를 해야 할 위치에 있는 공직자들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기강을 무너뜨린 일은 어떤 말로도 용서할 수 없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사실의 진위 여부를 파악조차 하지 않은 허위 문건들이 유출돼서 많은 혼란을 가중시켜 왔다"며 "진실이 아닌 것으로 사회를 어지럽히는 일은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서나,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나 결코 되풀이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해 언론보도에도 책임을 물었다.

박 대통령은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과거 자신의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씨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벌써 수 년 전 저를 돕던 일을 그만두고 제 곁을 떠났기 때문에 국정 근처에도 가까이 온 적이 없다"며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실세는커녕 전혀 (국정과)관계가 없다"고 말해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들의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터무니없이 조작된 얘기"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 파문과 관련한 특검이나 국정조사 등의 요구에 대해서도 "문건도 조작·허위로 밝혀졌고 샅샅이 뒤져도 실체도 없고, 누구 때문에 이권이 성사된 사실도 없다"며 "의혹만으로 특검을 하면 앞으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특검을 하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반발했다.

그동안 제기돼온 쇄신 요구에 대해서는 문책성 인사보다는 청와대 조직개편안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도 새롭게 조직개편을 하고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과 소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의응답을 통해 "내각 개편과 관련해서는 (장관이 사퇴한) 해양수산부라든가 개각을 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검토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본인이)사의표명도 했지만 당면한 현안들이 많아 그 문제들을 수습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그래서 그 일이 끝나면 결정할 문제"라고 말해 당장 교체 의지가 없음을 밝혔다.

또 '정윤회 문건'에서 언급된 세 명의 비서관에 대해서는 "그동안 검찰은 물론 언론, 야당 등에서 비리가 있나 샅샅이 오랜 기간 찾았지만 그런 게 하나도 없지 않았느냐"며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 논란에 대해서는 "저는 이것이 항명 파동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국회에)나가서 얘기를 했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전제조건 없지만 진정성 꼭 필요"

박 대통령은 이날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이산가족 상봉을 재차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초 국정구상 발표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해 현실화된 바 있다.

이날도 박 대통령은 신년구상에서 "이산가족문제는 생존해 계신 분들의 연세를 고려할 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이번 설을 전후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북한이 열린 마음으로 응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또 "올해 광복절 7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가지 공동 행사를 남북이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고도 제안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의응답에서 박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남북정상회담을 하는데 전제조건은 없다"면서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열린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자세는 꼭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5·24 조치 해제와 관련해선 "5·24조치는 남북교류협력을 중단시키기 위해 생긴 것이 아니라 북한의 도발에 대한 보상이라는 잘못된 관행을 저지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북한이 대화에 응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한·일 정상회담을 못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들어 "이것이 풀리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이고 이런 협의를 올해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경제분야 4대부문 구조개혁 의지…교육혁신·복지강화 추진키로

박 대통령은 이날 경제분야와 관련해서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한 추진의지와 함께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또 "우선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를 추진해 다른 부문 개혁을 선도해 나가겠다"며 "공공부문 개혁은 모든 개혁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공무원연금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며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 사기진작책을 보완해 여야가 합의한 4월까지는 꼭 처리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사학·군인연금 개혁 논란에 대해서는 "지금 그걸 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차분히 검토를 해 나가야 할 추후의 일"이라고 해명했다. 기업인 가석방 문제에 대해서는 "기업인이라 해서 특혜를 받는 것도 안 되겠지만 또 기업인이라고 해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며 "법무부가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말해 원론적인 입장을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시장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전략"이라며 "노와 사는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3월까지 반드시 노동시장 구조개혁 종합대책을 도출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금융부문 개혁과 관련, "금융도 이제는 경제성장을 이끄는 분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서 "금융규제도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혁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자유학기제 확산,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스위스 도제식 직업학교 시범운영 등을 약속했다. 복지와 관련해서도 4대 중증질환 진료비 부담 감소 및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 등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대북전단 살포문제, 개헌론 등에 대해서는 기존 청와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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