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1년이 지난 현재 국정 수행 지지도가 반절을 조금 넘긴 모양새로, 취임 당시의 높은 지지도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를 물은 결과 54%만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같은 지지도는 취임 첫 해 새로운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결코 무시할 만한 수치는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첫 과반 득표인 51.6%의 득표율로 당선되면서 당선인사를 통해 "제가 선거 중에 크게 한 세 가지인 약속, 민생, 대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 국민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작은 행복이라도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는 국민행복시대를 반드시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지금 국민들은 애초 기대했던 것보다 성과가 낮은 것으로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대통합, ‘불통’이미지만 두드러져

박 대통령은 당선인사문에서 "저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국민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 과거 반세기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 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노력하겠다"며 대통합 의지를 다졌다.

이는 18대 대선이 역대 가장 치열한 '보혁대결'의 선거로 치러졌던 탓에 국민통합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손꼽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국민통합은 여전히 박 대통령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대선이 끝난 뒤 대통령 직속의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발족시켰지만 아직까지 주목할 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게 사실이다.

국민통합을 위해 약속한 대탕평 인사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5대 권력기관장(감사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국정원장) 중 영남권 출신 인사는 두명인데 반해 호남권 인사가 전무한 점이 대표적이다.

특히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은 박 대통령의 지난 1년을 그대로 관통했다. 국정원 의혹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찍어내기' 논란, 종교계의 시국선언, 대학가의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열풍 등은 박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한 이슈다.

여기에 여당이 들고 나온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대화록 유출 및 폐기 논란까지 겹치며 분열 양상은 가속화됐고 우리 사회는 1년 전 보혁대결에서 그대로 시간이 멈췄다는 평가까지 나오게 됐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통합을 위한 정치력을 발휘하기 보다는 지나치게 '마이 웨이'만을 고집함으로써 대야(對野) 관계를 대립으로 치닫게 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의 26%가 '소통 미흡'과 '독선'을 꼽았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이유다.

 

◇경제지표는 상승… 체감경제는 ‘꽁꽁’
박 대통령은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고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화두로 민생에만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용률 70% 달성과 중산층 70% 복원이 박 대통령의 목표다.

일단 경제지표상으로는 긍정적 시그널이 감지되는 게 사실이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이 집계한 11월 취업자 증가폭은 58만8000명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률은 60.4%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7% 상승했으며 10월 중 설비투자는 전월대비 19.3% 증가했다.

우리나라 무역규모는 3년 연속 1조달러를 돌파했으며 올해 수출액과 무역흑자도 각각 사상 최대인 약 5600억달러, 43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최대치'란 수식어가 붙은 거시경제 지표와의 괴리가 상당히 크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강조해 왔지만 아직은 그 '온기'를 느끼기에 부족하다는 얘기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 자산은 지난해 보다 0.7% 증가한 반면 평균 부채는 6.8%나 늘었다.

통계청의 '2013년 사회조사결과'에서는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하층'이라고 평가한 가구주가 46.7%로 2년 전에 비해 1.4%p 늘어난 반면 '중간층'이라는 51.4%로 1.4%p 줄었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최대 화두로 떠올랐던 경제민주화는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진두지휘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새누리당 탈당을 결심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일부 공약 축소가 독이 됐다

대선 공약의 일부 후퇴로 신뢰 이미지에 상처를 입게 된 것은 박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히 뼈 아픈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과 관련해 현재 65세 이상 노인 70%에 월 9만6800원씩 주던 것을 '6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월 20만원 이상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결국 소득하위 70%의 노인들에게 10~20만원씩 차등지급하는 방안으로 축소했다.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주택공약인 행복주택 공급규모도 당초 20만가구에서 30% 줄어든 14만가구로 축소됐다.

최근 불거진 철도 및 의료 민영화 논란도 신뢰의 위기에서 온 것이란 지적이 많다. 박 대통령과 정부가 아무리 '민영화가 아니고 그렇게 할 계획도 없다'고 해도 불신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번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원칙은 지금의 박 대통령을 있게 한 원동력 중 하나인 만큼 신뢰 이미지에 남겨진 상처는 박 대통령이 앞으로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반면 친박계 유기준 최고위원은 "지난 한해는 건물을 지을 때 정지작업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기초를 공고히 하고 지반 균열을 막는 일을 하기에 밖에서 보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 수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어떤 건물이 지어질지, 건물이 어떤 용도로 사용될 지 지켜보는 것도 좋은 관찰방법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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