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교체기에 잠재 부실 모두 회계에 반영

▲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2.83포인트(1.16%) 내린 1947.59에 장을 마친 23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김선숙기자】대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군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IM(IT·모바일) 부문 영업이익이 6조원대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9조2800억원, 영억이익이 8조31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74%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95% 감소했다.

 4분기 실적이 다소 부진한 것은 주력인 스마트폰 성장세가 정체를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가운데 주식시장에는 '빅배스(Big Bath)'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빅배스란 '목욕을 철저히 해서 몸에서 더러운 것을 없앤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로 경영진 교체시기에 잠재부실이나 이익규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회계기법.

 통상 새로 부임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전임자들 재임기간에 누적됐던 손실이나 향후 잠재적 부실요소까지 반영해 회계장부에 한꺼번에 털어 버려 실적부진의 책임을 전임자에게 넘기는 전략이다. 또 다음해에 더욱 큰 실적을 유도해 자신의 공적을 부각시킬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공기업을 중심으로 일부 기업들의 CEO 변경이 늘어났다.

 이와 관련 증권사 한 관계자는“4분기 상장사의 실적 예상치를 지난해 연말 기준 34조원에서 30조3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하며 "실적 하향이 마무리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빅배스 우려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권교체에 따른 공기업 부실 처리, 민간기업의 높은 크레딧(신용도) 위험, CEO 교체에 따른 실적 충격 등 빅배스 가능성이 커졌다"며 "1월 중순부터 2월 말부터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들의 '어닝 쇼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3일부터 본격적인 '어닝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현대차를 비롯한 각 업종을 대표하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 역시 시장 추청치를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는 3년 연속 영업이익 8조원 달성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0% 아래로 떨어졌다.

 이와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급격한 환율 변동과 더불어 생산 차질에 따른 국내 공장 가동률 저하, 1분기 발생한 일회성 리콜 충당금, 인건비 상승 등이 주요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2조439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9%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3196억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특히 4분기에 총 5359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

 오는 27일에는 LG 계열사, 28일에는 SK하이닉스 및 포스코, SK텔레콤, KT 등의 실적 발표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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