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들어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민호 기자]“저로서는 재판과정에서도 말했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재판 받을 것입니다.”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은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되기 직전 떨리는 목소리로 재판부 판결에 불복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래서일까, 당황한 듯 발음도 정확하지 않았다. 마지막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구속영장 서류에 사인을 하는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 부인에게 휴대폰 등 소지품을 맡긴 채 쓴웃음을 짓고는 법정을 빠져나가는 원 전 국정원장의 뒷모습은 쓸쓸했다.

법원이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를 모두 인정,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9일 원 전 원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 선고 후 법정구속 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은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 대해서는 원심보다 형량을 가중한 징역 1년6월에 자격정지 1년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대선을 앞두고 지시한 사이버 활동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해 능동적으로 계획된 행위라고 판단했다. 정치에 개입했지만 선거에 개입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1심과 달리 국정원의 활동을 제18대 대선에 영향을 준 '선거 개입'으로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심리전단이 작성한 글 중 2012년 상반기에는 정치 관련 글이 80~90%로 압도적이었다가 그해 7월부터 선거 관련 글이 늘기 시작해 8월에는 선거 관련 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이는 사이버 심리전단이 의도하는 바가 바뀌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심리전단이 작성해 퍼 나른 글들은 당시 이정희 대표 및 통합진보당을 반대하거나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당시 무소속이었던 안철수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논란이 됐을 때는 여자문제 등에 집중해 (트윗글) 작성 후 리트윗하고, 인혁당사건 발언이 나왔을 때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옹호하는 글을 대규모로 리트윗하거나 야당 측을 비난하는 글을 작성해 서로 리트윗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안 의원이 대선후보에서 사퇴한 이후 안 의원 관련 글이 현저히 줄어들고 12월에는 아예 등장하지 않은 반면 민주통합당 소속 문재인 대선후보에 반하는 취지의 글이 급격히 늘어난 점 등에 비춰볼 때 당시 트윗 글이 선거쟁점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 점이 특정정당과 정치인의 당락을 목적으로 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중 선거개입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상화되거나 합리화될 수 없는 문제"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심리전 활동을 벗어나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이 사이버 활동이라는 자신들의 주관적 평가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 객관적 성찰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가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떠나자 40여명의 보수단체 회원 등 원 전 원장 지지자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선고 뒤 원 전 원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 상당히 실망스럽다.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대법원에서 바로잡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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