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너를 30년 동안 어떻게 키웠는데…." 비뚤어진 애정으로 아들내외를 괴롭힌 어머니를 다룬 영화 '올가미'의 대사다.

아들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결국 가족 모두를 불행으로 몰고 간 영화 '올가미'의 실화가 재현됐다.

박모 씨(40)는 5년 전 어머니 정모 씨(72)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내와 결혼했다. 아들의 결혼을 용납할 수 없었던 정 씨는 남편과 함께 2년 간 아들 부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정 씨는 아들 내외가 사는 집과 아들의 직장을 수시로 찾아가 소란을 일으켰다. 박 씨를 욕하는 내용의 벽보를 아파트 입구나 엘리베이터에 붙이기도 하고, 박 씨 회사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정 씨의 빗나간 모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박 씨의 직장 상사에겐 박 씨의 징계와 파면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수차례 보내는 한편, 박 씨에겐 비방과 협박, 자살을 권유하는 폭언 등을 담은 전화, 문자, 음성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냈다.

자식에 대한 분함에 상상을 초월하는 추행을 반복했다 

참다 못한 아들 B씨는 어머니 A씨가 집이나 직장에 찾아오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접근금지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민법상 근거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B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B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고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용대)는 16일 "반대하는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아내와 자신을 괴롭힌 어머니 A(72)씨를 상대로 아들 B(40)씨가 낸 접근금지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는 반대하는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B씨의 주거지나 직장을 찾아와 소란을 피우거나 폭언을 했다"며 "B씨가 A씨의 행동에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의 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B씨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자유, 평온한 주거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A씨는 B씨의 의사에 반해 B씨에게 접근하거나 주거지 및 직장을 방문해서는 안 되고 B씨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 음성메시지를 보내는 등으로 평온한 생활 및 업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또 A씨가 이를 어길 경우 회당 5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간접강제금도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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