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부디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그날이 오길…"

16일 밤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에서 분신해 숨진 근로자 김모(45)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날'을 꿈꾸며 이같은 유서를 남긴채 숨을 거뒀다.

곡성공장 본관동 입구 앞에서 김모(45)씨가 불에 타 쓰러져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김씨가 자신의 차에 남긴 A4 1장 분량의 유서에는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바람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못난 놈 먼저 갑니다"라고 글을 시작한 김씨는 "함께한 동지들 너무 미안합니다. (노동) 조합 활동이 이런 거구나 새삼 느끼네요"라며 자신의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제가 죽는다 해서 노동 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우리 금호타이어만은 바뀌길 하는 바람입니다. 노동자 세상이 와서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그날까지, 저 세상에서 저도 노력할게요. 금타 노동자 파이팅"이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씨는 최근 회사 측이 추진하고 있는 도급화를 반대해왔다. 이날 오전 광주공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고용안정노사공동발전위원회도 김씨 등 도급화 대상자들이 회의실을 점거하면서 무산됐다.

김씨의 분신 이루 '도급화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노사(勞使) 모두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도급화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전환 배치된 근로자들이 각종 재해에 노출되는 등 문제점이 많아 법원에 도급화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한 상태"라면서 "이번 분신자살은 도급화 갈등과 결코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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