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 소장 고려사 137권 19책
고려사(高麗史) 필사본 완질이 영국에서 발견됐다.

16일 국외소외문화재재단은 "중국 청대 최고의 금석문 학자인 유희해(1793~1852)가 소장하고 ‘해동금석원(海東金石苑)’을 펴는 데 참고한 필사본 ‘고려사’ 전질 139권 19책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고려사는 괘선지에 해서체로 또박또박 고려사 전체를 필사한 것이며, 19세기 중국 학자들이 애장하면서 돌려 봤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재단 관계자는 "이 가운데 마지막 2권은 목록에 해당하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고려사는 김종서·정인지 등이 1449년 세종(재위 1418∼1450)의 명을 받들어 편찬하기 시작해 1451년 139권으로 완성한 기전체(紀傳體) 사서(史書)다. 현재 대부분 목판본으로 전하고 금속활자본이나 목활자본이 그다음으로 많다.

총 글자수 336만 9623자에 달하는 고려사 필사본은 열전이나 지(志) 부분만을 필사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전질을 필사한 고려사는 규장각 소장 61책과 콜레주 드 프랑스 소장 71책 등이 있을 뿐이다.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본처럼 전질을 정성스럽게 필사한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에 발견한 고려사는 재단이 지난해 벌인 ‘구한말 해외반출 조선시대 전적 현황 조사 연구’(책임연구자 유춘동 선문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과정에서 나왔다.

조사단의 허경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이 도서관의 웨이드 문고의 서가를 살펴보던 중 양장(洋裝) 제본의 책등에 ‘KAOLI SHIH’라고 표기된 19책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 책이 괘선지에 해서체로 쓰인 필사본 고려사 전질이며 19세기 중국 학자들이 애장하며 돌려봤던 것을 확인했다.

이는 주청 영국공사를 역임하면서 중국 고서를 전문적으로 수집한 토마스 웨이드(1818~1895)의 기증 도서 속에 섞여 있었다.

허 교수는 “이 책은 청나라 금석학자들이 조선 금석문을 얼마나 열심히 연구했는지, 그리고 조선금석문 연구를 위해 고려사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며 구매하거나 필사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로서 문화재적인 가치가 높다”면서 “나아가 19세기 한중 학자들의 문화 교류를 보여주는 자료로서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책 첫 권의 고려사 서문에 해당하는 ‘진고려사전(進高麗史箋)’ 위에 찍힌 가음이장서인(嘉蔭簃藏書印)은 ‘해동금석원(海東金石苑)’의 편저자인 유희해(1793~1852)의 인장이다. ‘가음이’는 그의 장서루 명칭이다. 그 아래 ‘유희해인(劉喜海印)’과 유희해의 호인 ‘연정(燕庭)’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어 유희해의 장서였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허 교수는 설명했다.

‘진고려사전’이 끝나는 부분에는 옹수곤(1786~1815)이 “1813년 12월부터 교열하면서 읽다가 목록에서 빠진 부분을 보완한다”는 글을 덧붙였다. 권 137 뒤에는 “여덟 상자나 되는 분량을 빌려다가 집에 있던 소장본과 대조하는 데 108일이나 걸렸다”는 글을 적어 놨다. 두 편의 글에는 각기 ‘수곤상관(樹崑嘗觀)’과 ‘성원상관(星原嘗觀)’이라는 도장을 찍었다.

옹수곤은 추사 김정희(1786~1856)가 베이징에서 만났던 스승 옹방강의 여섯째아들로 추사와 동갑내기 친구다.

당시 옹수곤과 유희해는 고려 시대 금석문 연구에 몰두해 있어서 조선 사신이 오갈 때마다 탑본을 부탁했고 탑본의 글자를 판독하고 고증하기 위해 고려사를 구해 대조해가며 읽었다. 그러나 고려사 완질을 구하기 어려워 옹수곤은 김정희나 정조의 부마이자 당대의 문장가인 홍현주(1793~1865), 문인 이광문( 1778~1838) 등에게 빠진 부분을 구해 달라고 부탁했으며 자신의 소장본과 유희해 소장본을 대조하다가 빠진 부분을 찾아냈다.

허 교수는 “이 책은 청나라의 대표적인 금석문 학자 유희해가 소장하고 옹수곤이 교감했다는 점에서 귀중하다”며 “유희해가 ‘해동금석원’을 편집할 때 이 책을 한 글자씩 대조하면서 활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동방학 연구소와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에 소장된 윌리엄 애스턴(1841~1911)의 도서도 그 전모가 파악됐다고 재단은 전했다.

애스턴은 구한말 주한 영국공사를 역임하면서 조선의 각종 문집, 세책(貰冊) 고소설류 및 한글 교재 등을 구매했다. 그는 한글을 재미있게 배우기 위해 ‘조선설화’ ‘장화홍련전’ 등의 고소설을 수집했다. 또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두고 ‘국조정토록(國朝征討錄)’ 등 한일 관련 다양한 전적들도 수집했다.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에는 애스턴이 책을 구매하면서 책의 권수, 가격, 구매자, 특징 등을 기술한 목록이 남아있다. 이와 함께 의료선교사로 1893년 조선에 온 알레산드로 드류(1859~1926)가 수집한 성경책 등의 자료도 상당수 발굴됐다. 그가 모은 책은 대부분 조선에서 간행된 초기 성경책과 선교 관련 자료들이다. 책에는 그의 한국이름인 ‘유대모(柳大模)’ 도장이 찍혀있다.

재단은 조사 결과를 28일 연세대에서 열리는 열상고전연구회 제69차 정례학술발표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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