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유시설 밸브 화재시 기름 유출로 대형사고가 나지 않도록 방지해 주는 방화밸브 커버. 이를 생산하는 업체는 세계적으로 흔치 않다. 세계 시장이 크지는 않지만 경쟁사도 많지 않은 독특한 분야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방화밸브 커버를 생산하던 엠오브이시스템. 1997년 설립했지만 국내엔 방화밸브 커버 강제 사용 규정이 없어 초기 판매가 부진했고 외환위기까지 겹쳐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장우상 대표는 당시 성장세에 있던 중동 건설시장에 눈을 돌렸고 2년간 두바이에서 시장 개척에 힘쓴 결과 2007년 첫 해 70만 달러에서 2013년 1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처음 5명의 소규모 회사로 출발한 회사였는데 수출 첫 해 직원이 23명으로 늘었다. 수출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현장 생산 및 해외영업 파트 인원 등이 추가돼 직원이 32명까지 증가했다. 이제는 1인당 4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고부가가치 중소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2. 2002년 설립한 LED 조명 생산업체 루미마이크로. 이 회사는 좁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어 일본 등 해외시장으로 진출해 큰 성과를 거뒀다. 2012년 2000만 달러에서 2013년 7000만 달러, 지금은 1억 달러 수출 탑을 노리고 있다.

루미마이크로의 성공 비결은 숙련된 퇴직 예정자들 고용이다. 본격적으로 양산 체제를 구축한 2011년 적은 인력과 자체 기술만으론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파산에 직면한 중소 벤처기업 퇴직 예정 기술인력 6명을 채용, 경쟁력 있는 제품을 조기에 양산할 수 있었다. 2007년 100명이 채 안되던 이 회사는 7년 만에 인원이 2.5배 늘었다.

3. 보석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지만 세련된 세공이 뒷받침될 때 진가를 발휘한다. 당장 미국, 프랑스 등 고가의 브랜드 몇 개가 떠오른다. 그만큼 웬만한 실력으론 수출이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코아쥬얼리는 '뚝심'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백경학 대표는 젊었을 때 반지 가공 일을 하다 1987년 600만원을 들여 금은방을 차렸다. 디자인 기술은 인정받았지만 외환위기로 인건비 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에 처하자 수출에 나섰고, 일본 쥬얼리를 연구해 국내에 없던 3색 귀금속을 내놓으면서 대박을 쳤다. 현재 미국과 홍콩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2013년엔 수출액 2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 쥬얼리 수출액의 11.4%에 해당하는 수치다.

코아쥬얼리의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잘 활용했다. 생산라인을 국내로 옮기면서 인건비는 상승했지만 현지 관세 인하 혜택이 더 클 것으로 보고 결단을 내렸다. 효과는 금새 나타났다. 한미FTA 발효 전 1년간(2011년 3~12월) 대미 수출액은 296만 달러였는데, 발효 후 1년간(2012년 3~12월)은 675만 달러로 227%나 증가했다.

불황과 내수시장 침체 속에서도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있다. 틈새시장을 노리거나 전문화한 기술력, 차별화한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업체들이다.

한국 무역은 2011년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한 이후 세계경제 저성장으로 다소 부진하긴 했지만 4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달성, 5년 연속 수출 세계 7위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무역 1조 달러를 넘어선 국가 중에서는 4년 연속 무역 흑자를 내고 독일, 중국, 네덜란드에 이어 무역흑자 4위를 수성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한국 무역 성과는 중소·중견기업이 견인했다. 과거 대기업의 소수 품목에 집중됐던데 비해 중소기업 관련 품목이 호조를 보인 것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기업 수출액 비중은 전체 수출의 3분의 2 수준인데, 지난해 1~11월 수출 증가율은 중소·중견기업이 5.9%로 대기업 0.3%를 앞질렀다. 중소·중견기업 수출 비중 역시 2012년 32.1%에서 2013년 33.0%, 지난해 1~11월 34.0%로 꾸준히 늘었다.

또 수출기업이 내수 기업에 비해 일자리 창출, 생산성, 임금 수준이 앞선다는 보고서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07~2012년 5년간 중소기업이 고용한 신규 인원은 191만명으로 전체 고용 증가 인원 227만명의 83.8%를 차지했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을 비교해 봐도 2006년 대비 2012년 수출기업에 고용된 인원은 21만6000명(33.3%↑) 증가해 내수기업 16만1000명(8.7%↑)을 상회했다.

생산성 역시 2012년 기준 수출기업 1인당 매출액은 10억4000만원으로 내수기업 4억4000만원의 배가 넘었다. 1인당 임금(급여, 퇴직금, 복리후생비 등 포함)은 수출기업이 7300만원으로 내수기업 4600만원의 1.6배 수준으로 조사됐다.

최근 경제영토 확장 추이는 중소·중견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지난해에만 중국과 베트남,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5개국과 FTA를 타결했다. 이로써 한국의 FTA 타결국은 전체 52개국 15건으로 늘었다. 더욱이 한국은 올 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어 '메가 FTA'가 중소·중견기업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다만 인력난은 여전히 중소·중견기업의 성과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기술·생산 인력 등의 대기업 선호도가 강해 고급 인력을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많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에선 멀티 플레이어로서 단시간에 많은 일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틈새 시장을 공략하거나 FTA를 활용하는 등의 사업 전략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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