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남성의 사정을 지연시켜 성관계 시간을 연장하는데 쓰이는 '국소마취제'를 불법 제조해 전국 러브호텔에 유통시켜온 일당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덜미를 잡혔다.

서울시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오·남용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국소마취제(사정지연제)' 1000만 개(시가 7억 상당)를 불법으로 제조해 제조해 판매한 일당 4명을 검거,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특사경은 현장에서 발견된 사정지연제 6만개와 사정지연제 연료(24L 상당)는 모두 압수했다. 지난 3년여 동안 1000만 개, 7억 원 상당을 제조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법당국이 사정지연제 불법제조업자를 검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사경 관계자는 "그동안 업자들은 판매할 수량만큼만 제조한 후 종적을 감추는 방식으로 수사망을 피해왔다"고 설명했다.

특사경은 지난해 5월 인터넷을 통해 불법제조된 사정지연제가 판매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인터넷판매업자→전문 공급책→제조자를 역 추적하는 방식으로 약 1년여 간의 끈질긴 수사와 잠복 끝에 이들을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수사 결과 이들 제조·판매업자는 당국의 허가도 받지 않고 시골 주거지와 농산물 창고를 비밀공장으로 개조해 불법 제조시설을 차려놓고 201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사정지연제 1000만 개를 제조해 7억 상당에 숙박업소 비품 도매업소와 전국의 러브호텔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알콜, 글리세린, 물을 혼합해 만든 '겔'에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불법 제조해왔다.

사정지연제의 주성분인 리도카인은 일반적인 국소마취제 및 항부정맥제로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피부병변, 두드러기, 부종, 접촉피부염, 찰과상, 소포형성, 천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치명적인 쇼크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간 기능저하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더 위험하다.

이들은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제품포장지에 제품명, 제조업소명, 소재지, 연락처를 표시하지 않고, 거래명세서나 컴퓨터 거래내역 파일에는 사정지연제 대신 엉뚱한 의약품 이름을 쓰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특사경은 사정지연제를 투숙객들에게 '신비한 마법크림'으로 홍보하며 제공한 숙박업자, 인터넷판매업자 등 관련자 19명도 함께 입건했다.

이들은 관련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최규해 특사경 과장은 "불법 식·의약품 유통 근절을 위해 앞으로도 제조와 판매단계의 범죄행위 추적을 위해 수사력을 총동원 할 것"이라며 "시민들 역시 식․의약품을 구매할 때는 제조회사 등이 기재되어 있는 포장지를 꼼꼼히 확인하는 등 의사의 처방 또는 약사의 복약지도에 따라 의약품을 구매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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