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건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김홍배 기자]최근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그룹,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들의 초고층 건물 경쟁이 최근 '뜨거운 감자'다. 양쪽 모두 '도심 내 랜드마크'를 표방,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될 것이라는 포부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들을 보는 세간은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누군가는 그룹 총수의 '욕망'을 읽고, 다른 누군가는 '돈 자랑'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양 그룹의 초고층 건물이 서울의 역사적 랜드마크 건축물로 등극하길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문제는 효과. 높이로 랜드마크가 되는 시대는 끝났다. 더구나 초고층 건축물은 필연적인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초고층 건물의 명암을 조명하고 대안으로 평가받는 비정형 건축물에 대해 정검해 보기로 햇다.

"지어라. 사람들이 올 것이다. 남 다르게 지어라. 사람들이 몰릴 것이다.(Build it and they will come. Make it different, and they'll come in droves.)"

세계적인 호텔카지노업체 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의 창립자 셸던 아델슨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서울 제1의 도심 랜드마크'를 표방한 건축물 2동이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있는 상황. 롯데그룹의 '제2롯데월드' 타워와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타워다.

9일 건성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고층 건물을 향한 이들의 '바벨탑 쌓기' 경쟁은 그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정체됐던 도심 스카이라인(건물과 하늘이 만나는 지점을 연결한 선)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우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판타스틱!" 쏟아지는 찬사…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아델슨 회장의 철학이 탄생시킨 역작,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은 '21세기 건축의 기적'이라는 찬사 속에 2010년 6월 완공됐다.

우리나라 건설사 쌍용건설이 만든 이 호텔은 '비상식적'인 모양의 종합 리조트 시설이다.

이 건축물은 '들 입(入)'자 형태로 지상 200m 높이 곡선형 건물 3개(55층)를 지상 70m짜리 건물(23층)이 사선으로 지탱하는 구조다. 특히 건물 최상층부에는 범선 모양의 '스카이 파크(하늘정원)'이 올라갔다.

형태는 물론이거니와 건축물의 기울기는 감히 상상조차 어렵다. 최대 기울기는 52도. 피사의 사탑의 기울기(5도)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가파르다.

더 불가사의한 점은 건물 최상층에 올려 놓은 총 9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망대 '스카이 파크'. 지탱하는 건물 3동의 가파른 기울기를 감안하면 총 면적 10만㎡ 넓이에 6만t의 무게를 떠받치고 있다는 게 가능한지 눈이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보잉 747 여객기 전장과 맞먹는 약 70m 가량이 지지대 없이 지상 200m에 돌출된 외팔 보(cantilever) 구조라는 점에서 입을 다물 수 없을 지경이다.

효과만 놓고 보면 싱가포르가 왜 이런 건축물을 지었을지가 짐작이 간다. 그야말로 '대박'이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은 사시사철 총 2511개 객실이 쉴 틈없이 들어찬다.

싱가포르는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리조트월드센토사 등 대형 복합 리조트 개발을 통해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박람회와 이벤트(Exhibition&Event) 등의 앞글자를 딴 MICE 산업의 강국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국내총생산(GDP)는 지난 2010년 2364억원에서 지난 2013년 2979억원으로 26.0% 성장했다. 코트라에서 운영하는 '글로벌윈도우'에 따르면 2013년 비즈니스 및 MICE 목적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350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22.5%를 차지한다. 이들은 여행비용을 포함해 총 55억 싱가포르 달러(4조4546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는 지난 2013년 국제회의 개최 국가 1위(993건)에 올랐다.

불과 55층짜리 건물 3개 동이 창출하는 경제적 부는 놀라울 정도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싱가포르 정부는 이 샌즈 호텔을 통해 지난해 준공 3년만에 개발 투자비를 모두 회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높이에 집착하는 한국사회…비정형 건축이 없다

최근 국내에서도 랜드마크를 먼저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에 짓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타워는 지상 115층에 높이는 571m. 롯데그룹이 짓고 있는 제2롯데월드 타워보다 층수(123층)는 적지만 높이(555m)는 현대차그룹 GBC 타워가 앞서 있다.

일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23층보다 더 높일 계획은 없다"고 밝혀, 층수면에서는 롯데그룹이, 높이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국내 최고층 건물의 타이틀을 나누는 모양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갖고 이들의 경쟁을 지켜보고 있다.

"한 때 누가 더 높은 건물을 짓느냐가 건축기술력을 입증하는 척도였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누가 더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비정형 건축물을 빠르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느냐가 기술의 척도가 되고 있다."(업계 관계자의 관전평)

세계 각지에서도 초고층 건물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매우 지엽적인 경쟁이라는 것이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초고층빌딩 정보사이트 '스카이스크래퍼센터'를 보면 2015년 기준 150m 이상 건물의 최다 보유국은 중국으로 1133개에 달한다. 이어 미국 682개, 일본 191개, 아랍에미리트 183개, 한국 180개 순이다.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에 따르면 초고층건물은 높이 150m 이상의 건축물을 말한다. 한국 건축법에서는 층수가 5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200m 이상인 건물을 초고층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완공된 200m 이상 초고층 빌딩은 전 세계적으로 모두 97동으로 역사상 최다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지역별로 보면 중국(58동) 등 아시아가 74동으로 거의 대부분이고 이어 중동이 11동, 북미가 6동 등이다.

사실상 초고층건물 건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은 중국 등 동아시아와 중동 국가 등 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에 거품이 빠지면서 중국, 중동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건물 높이에 집착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며 "50층을 넘어서면 사실상 그 이상의 층을 관리하는 것은 경제성에서 문제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롯데그룹은 최고층 건물을 지어 도심 내 랜드마크로 거듭나겠다는 포부지만, 사실 중국이 최고층 건물을 세우는 데 가장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인들이 롯데월드타워에 얼마나 매력을 느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건축사무소 위드웍스의 김상진 대표는 "최근 국내 그룹들이 초고층 건축물을 올리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것은 사실상 양 그룹 총수의 '욕심'에 가깝다"며 "비정형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최근 건축 트렌드에서 한참 빗나갔다"고 말했다.

초고층 건물의 대안으로 비정형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인천 송도국제도시 '트라이볼'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비정형 건축물을 찾아볼 수가 없는 현실이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은 단지 창문 하나라도 다르길 요구하는 게 요즘이다"라며 "결과적으로 비정형 건축물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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