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
[김홍배 기자]독일 볼프스부르크에 2006년 완공된 폭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AutoStadt).

원통형 유리 자동차 타워 2개동이 부지에 들어섰다. 이 건물의 높이는 불과 48m. 바깥쪽을 향해 빼곡하게 주차된 차량을 보고 있자면 경외감마저 들 정도다. 최대 400대를 동시 수용 가능한 신차 출고장 '쿤덴센터(Kunden Center)'다.

아우토슈타트는 독일 전역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명소다. 내부에 마련된 대형 로봇 엘리베이터 장치에 올라 자신이 구입한 차량까지 도달할 때, 소비자들은 열광한다. 해외 관광객 20만명 외에도 매년 250만명이 방문한다. 건축비용은 4억3000만 유로(약 5760억원)에 불과하지만 잠재된 가치에는 가격을 매길 수가 없다.

오는 2017년 개장하는 올랜도 테마파크 '스카이플렉스' 내에 개장 예정인 '스카이 스크래퍼(skyscraper)'. 세계 최고(最高)의 롤러코스터로 유명하다.

높이 173m에서 시속 104㎞로 하강과 상승을 반복, 도착까지 불과 3분밖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롤러코스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레스토랑과 전망대 등 다른 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특히 롤러코스터 탑승을 위해 이용하는 투명 엘리베이터는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경관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도 건설비용은 2억 달러(약 2200억원)이다.

이들 사례가 보여주는 바는 명징하다.

랜드마크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단순 '높이'에 있지 않다는 것. 바벨탑 경쟁에서 벗어나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랜드마크의 길'이 열린다는 점이다.

◇‘마천루의 저주 풀어야’

업계에서는 제2롯데월드 타워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타워가 수많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단 비용의 문제. 초고층 건물의 강점은 단연 '수직 도시화'. 한 건물 안에서 업무와 주거, 쇼핑, 문화생활까지 생활 전반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는 양날의 검. 효율적이지가 않다. 급수, 가스, 전기 등 생활에 필요한 시설들은 물론 소방용수, 비상대피 등 안전에 관한 시설까지 신경 써야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는 결국 건축비용, 건물 유지비용 등 돈 문제로 귀결된다.

'마천루(최고층 건물)의 저주(skyscraper curse)'란 말도 그래서 나온다. 이는 '초고층 건물을 지으면 그 직후 최악의 경제불황을 겪는다'는 속설이지만, 대체로 초고층 건물을 짓는 시기에는 경기가 호황이어서 비용을 감당하더라도 부담이 적지만, 건물이 완공될 때쯤 되면 불황기에 직면해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와도 맞닿아 있다.

"제2롯데월드 타워 전체를 초대형 전광판으로 만들어 활용하겠다." 롯데건설측의 전언이다. 막대한 전기료 부담도 감내할 준비가 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양 그룹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눈덩이처럼 붇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인천 송도 '동북아무역센터타워(NEAT)'. 68층(305m)짜리 이 건물은 포스코 계열사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이 지분율 60%와 40%로 공동 소유한, 현 국내 최고층 건물이다.

NEAT는 지난해 7월 완공됐는데도 여전히 비어있는 공간이 넘쳐난다.

올 1월 서울역 인근에 있던 대우인터내셔널이 인천 송도로 건너와 9~21층에 터를 잡았고, 포스코A&C 등 포스코 계열사들이 올 상반기 중 입주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그래도 건물이 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현재 올해 상반기까지 계열사 입주가 끝나면 입주율이 80% 수준까지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도 같은 길을 걷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쏟아지는 이유다.

◇안전성, 공실률은 '태생적 한계'... "조화 이룰 묘안 필요"

롯데그룹은 일단 외국계 기업들이 탐내는 오피스 공간으로 손색이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송도 NEAT와 마찬가지로 공실을 줄이기 위해 계열사들의 입주가 필연적이라고 본다. 비싼 임대료 때문이다.

투입된 막대한 공사비를 감안하면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진다. 이미 롯데그룹이 롯데월드타워 42~71층에 조성할 것으로 알려진 주거용 오피스텔 단지는 분양가가 3.3㎡당 최고 1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주인 찾기는 험난한 여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 등 일부 계열사의 경우 롯데월드타워의 임대료가 너무 비싸서 제2롯데월드 타워에 입주 못할 것 같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성 논란도 배제할 수 없다. 제2롯데월드 타워는 둘째치고, 옆에 제2롯데월드몰까지 이미 안전성 논란에 휘말려 시민들이 발길을 돌린지 오래다. 일부 입주 업체들도 매출 급감 사태에서 제2롯데월드몰을 등지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일단 계열사들이 GBC 타워에 입주할 것으로 알려져 부담감은 덜하다. 현대차는 서울에만 30개 계열사, 1만8000명 수준의 임직원을 두고 있지만 서울에는 양재와 계동 사옥 2개뿐이어서 공간 부족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건 마찬가지. 현대차그룹은 GBC 개발에만 최소 5조원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로부터 회수하기 위해서는 주변 상권보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계열사들의 현금난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이 호텔, 컨벤션, 전시관 등을 통해 현금벌이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기대했던 것보다 유동인구가 적어 거둘 수 있는 수익이 신통치 않다면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만약 분양에 성공한다고 해도 문제. 공실률은 산불처럼 번진다. 양 그룹이 초고층 건물을 채우면 서울 시내 오피스 상권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

또 삼성동, 잠실 일대에 출몰할 출퇴근길 교통 혼잡까지 감안하면 별도의 수송 대책 마련도 피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랜드마크를 향한 욕망 때문에 일대에 혼돈 상태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고층 건물을 지을 때는 사전에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 어떤 업체가 입주할 것인지까지 촘촘하게 계산을 해야하는 건데 무턱대고 건물부터 짓고 나서 보자는 어리석은 결단을 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 그룹이 최고층 건물을 쌓아 도심에 '랜드마크'를 세우겠다는 열의를 불태우고 있지만 공실률은 영원한 숙제"며 "양 그룹의 '바벨탑 경쟁'은 최근의 건축 트렌드와는 다른 궤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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