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현안 논의하는 류젠차오
[김민호 기자] "중국측의 (사드에 대한)관심 우려를 중요시 해줬으면 좋겠다"

중국 정부가 16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해 우리측에게 이같이 말하며 사실상 공개적 압박 수위를 높히고 나섰다

이 사안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고 있는 정부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중국의 동북아지역 업무를 총괄하는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부장조리는 이날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를 찾아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와 2시간 가량 협의를 가진뒤 중국측의 입장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사드 문제에 관해 솔직하고 자유로운 대화를 했다. 중국의 생각을 한국측에 알렸다"면서 "미국과 한국이 사드 문제에 관해 타당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중국측의 (사드에 대한)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드에 대한 중국측의 단호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류 부장조리의 이같은 입장은 이날 "중국정부가 주중 한국대사관을 포함해 다양한 양국 고위급 채널을 통해 사드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례 제기했다"는 보도에 관련,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반대 공세가 상당히 깊숙히 이뤄지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다만 이 보도에 대해 외교부는 "사드 관련 중국정부의 위협이 있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중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는 관계이므로 위협 같은 용어는 한·중간 대화의 질을 묘사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중국측의 공세적 자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이 차관보는 이날 류 부장조리와 회동한 뒤 "중국은 중국의 입장을 설명했고 우리는 우리 입장을 재차 설명했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이 차관보는 "아직 이 문제에 관한 미국측 요청도 없었고 협의도 된 적 없으며 결정된 바도 없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양측의 분위기는 최근 사드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면서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즉답을 피하면서 수세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것은 정부의 이같은 '전략적 모호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부다.

중국의 공세 속에 여당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의원총회를 열고 논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공론화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일각에선 향후 수세에 몰리더라도 정부가 사드 한반도 배치 관련 입장을 섣불리 밝혀선 안 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현 상황에서 본다면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사드 문제에 중국이 입장을 표명했지만 미국은 아직 공식적으로 제의하지 않았다. 한국이 앞서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문제에선 중국의 입장이 분명하고 미국도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며 "중국과 미국이 다 입장을 밝혔으므로 한국도 AIIB에 관해선 빨리 입장을 표명해야 하지만 사드 문제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의 '압박' 속에서 정부의 최종 선택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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