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알파룸·펜트리 등 공간특화 앞다퉈

[윤재현 기자]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는 '더 넓게, 더 편리하게, 더 효율적으로'라는 말이 끊이질 않는다. 불황 속에서 까다롭고 다양한 고객의 눈길을 조금이라도 끌기 위해서 건설사들이 '신(新) 평면 전쟁'에 몰두하고 있다.
경기불황의 긴 터널을 돌파하기 위한 특화책이다. 
실제로 특화 평면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3월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반도유보라 아이비 파크'는 전용면적 85㎡에 4.5베이(기둥과 기둥 사이의 한 구획)를 적용한 평면설계에 다양한 펜트리 공간을 제공,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끌어내면서 분양이 완료됐다.

▲ 아파트 편면 변화

또한 지난해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붐'을 일으켰던 위례신도시 A2-12블록의 '위례신도시 힐스테이트'도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경이 가능한 평면설계를 선보이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특히 '위례신도시 힐스테이트'는 면적형은 전용 99㎡·110㎡ 2가지에 불과했지만, 가족 구성원이나 취향에 따른 선택지가 무려 45가지에 달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분양 관계자는 "각 건설사들이 수년간 고객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가족구성원과 활용 니즈(needs)에 따라 기본형부터 특화평면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평면을 내놓다보니 실수요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전용 84㎡) 2베이, 3룸~현재 다양한 수납공간 알파룸까지

1990년대에는 전용84㎡ 아파트에는 2베이, 3룸 구조가 주를 이뤘다. 1990년대 초 입주한 분당신도시 아파트가 대표적으로, 대부분의 아파트는 정사각형이나 세로로 긴 구조의 일명 '성냥갑 아파트'다. 전면부에는 거실과 안방 하나 이상 설계가 되기 어려웠으며, 남향이라면 나머지 2개의 방은 북향으로 위치하고 있어 햇볕이 잘 안드는 단점도 있었다.

2000년대가 되면서 채광이 좋은 전면부에 보다 많은 방과 거실을 배치되길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84㎡가 3베이로 진화하게 됐다. 이 시기에는 '베이 바람'이 불면서 아파트 실수요자 사이에는 '베이를 알면 아파트가 보인다'는 말이 오갈 정도였다.

2000년대 후반은 다양한 평면의 진화가 진행됐던 시기다. 평면도의 진화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판교신도시'다. 판교는 이런 평면의 각축장으로, 전용 84㎡에서 'ㄱ'자로 설계돼 5베이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도 나왔다. 또한 거실 양면에 발코니를 설치한 평면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들어서는 전용 84㎡에서 4베이, 4.5베이, 5베이까지 다양한 베이뿐만 아니라 공간활용도를 높이는 다양한 평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주부들의 취향을 고려, 다양한 수납공간을 늘리고, 가변형 벽체를 활용한 '알파룸'평면을 적용하면서 공간활용도를 높이는 평면으로 진화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설계부터 별도의 출입문까지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눈높이 및 공간활용에 대한 니즈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건설사들의 평면 특화 경쟁이 더욱더 치열하다.

현대건설이 위례신도시 장지동(송파권역) C1-1블록에 짓는 '송파 힐스테이트'는 5베이, 서비스면적을 최대 48%까지 확보(전용면적 101B㎡타입) 하는 평면 설계로 관심을 끈다. 전용면적 101~149㎡, 총 490가구다.

주상복합이면서 판상형이 전체 가구의 96%를 차지해 맞통풍이 좋고 101B㎡는 알파룸이 있어 5room, 5베이로 설계된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또한 기본확장형, 주방 및 식당 강화형, 안방 및 드레스룸 강화형 등 3가지 맞춤형 평면을 제공해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했다.

일반확장형과 비확장형이 일반적 형태로 기본적 주거기능을 강화한 모습이었다면, '위례신도시 힐스테이트'가 선보인 패밀리라이프형의 경우 3세대 거주형으로 세대 간 독립된 주거공간 확보가 가능한 세대분리형 평면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또한 중년부부와 성인자녀로 구성된 3인 가족을 위한 '힐링라이프형'과 4인 가족 중 자녀가 학생인 세대를 노린 '에듀라이프형', 서재형 거실 구성에 반려동물 공간까지 선택할 수 있는 평면도 눈길을 끌었다.

삼성물산도 이에 맞서 별도의 출입공간을 구성하는 등 진화된 평면구조로 실수요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우선 삼성물산이 강동구 천호동 448번지에 짓는 '래미안 강동팰리스'는 현관에 청소용품, 신발 등 다양한 수납이 가능한 창고가 설계 됐고(59, 84㎡ 공통), 거실 복도쪽 팬트리 공간을 창고장으로 쓸 경우 안방 드레스룸을 대형으로 쓸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마포구 현석2구역에 공급하는 '래미안마포웰스트림'의 경우아파트 한 채에 별도의 출입문을 만들어 1~2인이 살기 적합한 공간으로 전월세 활용도 가능하게 조성했다. 전용 84㎡에 불과한 중소형 아파트임에도 이 같은 평면을 도입하면서 원룸·투룸으로 모두 임대할 수 있어 투자자의 관심이 높다.

롯데건설이 분양하는 '롯데캐슬 골드파크'도 전용 84A타입은 4베이 구조로 전면과 후면에 서비스 공간을 제공해 39.10㎡의 서비스면적을 제공한다. 발코니를 확장할 경우 전용면적의 절반가량이 넓어지는 셈이다.

이밖에도 대우건설의 '송도아트윈푸르지오'는 저층 세대에 '층단형 설계'를 도입 및 거실 천장고를 높이거나 계단식으로 바닥 높이에 차이를 둬 쾌적함이 더했으며, 대림산업이 서초구 반포동 2-1번지 한신1차 아파트를 재건축해 짓는 '아크로리버파크'도 서울시로부터 발코니공간을 30% 더 추가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받아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다.

리얼투데이 김지연 리서치자문팀 과장은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 유니트를 돌아보면 내부 공간이 좁아 보이는 느낌을 받는다"며 "이는 아파트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건설업계가 신 평면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수요자들의 다양한 수납공간 배치를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비스면적의 차이의 핵심은 '베이(Bay)'"라며 "베이는 기둥과 기둥 사이의 한 구획을 말하는 건축용어로, 평면개발의 첫 시발점이 전면 발코니 쪽으로 얼마나 많은 방을 배치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전면 발코니에 거실과 방이 많이 배치될수록 채광과 통풍이 뛰어나 살기 좋은 아파트의 기본이 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경기 회복 조짐에 건설사들의 경쟁도 불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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