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치 동계올림픽 성화, 이제 시작

'뜨겁게, 차갑게, 그대의 것(Hot, Cool, Yours)'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2014소치동계올림픽이 성대한 개회식을 갖고 17일 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제22회동계올림픽 개회식은 8일 오전 1시14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피시트 올림픽스타디움에서 4만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화려하게 진행됐다.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러시아는 2014년을 기념하기 위해 현지시간 7일 오후 8시14분(20시14분)을 개회식 시작 시간으로 정했다.

저명한 영화감독 콘스탄틴 에른스트가 총연출을 맡은 개회식은 한 편의 대서사시를 방불케 했다.

올림픽 개최에 약 50조원을 쏟아 부은 러시아는 2시간30분이 넘는 긴 시간을 다채로운 볼거리로 채워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개회식은 '러시아의 꿈'을 주제로 했다. 러시아 민속 의상부터 우주복을 입은 행렬까지 러시아의 전통과 예술정신들이 춤과 노래로 표현됐다.

'러시안 알파벳'을 소개하는 순서에서는 러시아가 배출한 유명인들이 선을 보였다. '백조의 호수'로 유명한 차이코프스키, 추상화가 칸딘스키, 세계적인 단편 문학가 안톤 체호프, 러시아 태생 프랑스 화가 샤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유명시를 남긴 푸쉬킨 등이 알파벳 순서에 맞춰 영상으로 등장했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대문호 톨스토이와 근대화의 상징 표트르 대제는 다채로운 노래와 무용으로 재해석됐다. 관현악의 대가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새롭게 해석을 입힌 발레공연으로 환호를 이끌어냈다.

세계적인 안무가 대니얼 에즈라로프는 브로드웨이 유명 뮤지컬 '스파이더 맨-턴 오프 더 다크(Spier Man : Turn Off the Dark)'를 새롭게 해석해 무대에 올렸다. 그늘졌던 현대사를 벗어나 옛 강대국으로의 면모를 되찾으려는 러시아의 야망을 전 세계에 내보이겠다는 의도였다.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마린스키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 율리아나 로파트키나·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도 개회식을 위해 손을 잡았다.

입장 순서는 올림픽 전통을 따라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의 선수단이 가장 먼저 선을 보였다. 선수들은 과거 대회 개회식과는 달리 무대 중앙에서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천재 뮤지션으로 꼽히는 바네사 메이는 태국 국가대표 선수 자격으로 개회식에 참석했다. 그는 알파인스키에 출전한다.

한국은 러시안 알파벳 순서에 따라 60번째로 등장했다. 개인 통산 6번째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이규혁(서울시청)이 기수의 영예를 안은 가운데 34명이 작은 태극기를 흔들며 뒤를 따랐다.

선수들은 환한 표정으로 관중에게 인사를 건네며 개회식 참가의 기쁨을 만끽했다. 카메라를 준비해 주변 모습을 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반기문 국제연합(UN) 사무총장은 자리에서 기립 박수로 선수들을 맞이했다. 한국은 출전 선수 71명 중 김연아 등 피겨스케이팅 대표 3명을 제외한 68명이 소치에 입성했지만 훈련 일정 등을 이유로 개회식에는 29명만 참가했다.

가장 큰 호응을 이끌어 낸 국가는 단연 러시아였다. 개최국 러시아는 가장 마지막으로 등장해 경기장을 후끈 달궜다. 러시아 선수들은 빨간 바지와 하얀 털이 달린 반코트로 잔뜩 멋을 냈다. 선수단 입장이 끝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톨령이 개회를 선언하면서 분위기는 최고조로 치달았다.

각국 정상들과 귀빈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반기문 총장을 비롯해 푸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참석했다. 북한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개회식에 보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 등은 러시아의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끝내 참석을 포기했다.

1만4000명의 주자에 의해 옮겨진 성화는 지난해 9월 그리스에서 채취된 후 올림픽 사상 가장 긴 거리인 6만5000㎞를 돌아 개회식장으로 들어왔다. 성화는 특수 장비를 통해 북극해와 바이칼호 속은 물론 소유즈 우주선에 실려 우주를 다녀오는 등 봉송 기간 내내 화제를 모았다.

철저하게 보안에 붙여졌던 최종 주자는 '아이스하키 영웅' 블라디슬레프 트레티아크와 '피겨 영웅' 이리나 로드니나가 맡았다. 두 사람의 붙인 성화는 17일 간 소치 하늘을 환하게 비추게 된다.

한편 개회식 중 오륜기를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기술 오류로 추정되는 실수가 나와 러시아의 체면을 구겼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행사 초반 5개의 눈꽃이 공중에서 오륜기로 변하는 과정을 연출하려고 했지만 5번째 눈꽃이 펴지지 않았다. 오륜기는 유럽·아시아·아프리카·오세아니아·아메라카 대륙을 상징하는데 유일하게 펴지지 않은 눈꽃은 아메리카 대륙을 의미하는 링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동계올림픽 역대 최다 규모인 88개국 3000여명의 선수가 출전해 7개 종목, 98개 세부종목에서 자웅을 겨룬다. 8일 오후부터는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에 돌입한다.

3회 연속 톱10에 도전장을 던진 한국은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6개 종목 선수 71명을 내보냈다. 이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의 48명을 넘어선 가장 많은 인원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는 선수 생활 마지막 무대인 이번 올림픽에서 2연패에 도전한다. 김연아는 20일(한국시간)부터 이틀 간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리는 여자 피겨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금빛 연기를 펼친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2개 이상 금메달로 효자 종목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각오다. '빙속 여제' 이상화가 주 종목인 500m에서 챔피언 사수에 나서며 4년 전 밴쿠버올림픽 남자 500m를 제패한 모태범은 500m에 이어 1000m 타이틀까지 넘보고 있다.

쇼트트랙에서는 여자부 '차세대 에이스'인 심석희의 질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심석희는 1000m와 1500m, 3000m 계주 3관왕을 목표로 세웠다.

첫 메달은 8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 출격하는 이승훈의 발끝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쟁자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지만 제 기량만 발휘한다면 충분히 시상대에 오를 수 있다는 평가다.

[소치2014]숫자로 살펴보는 올림픽 개회식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8일 오전1시14분(한국시간) 개회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대회 준비에 총 500억 달러(약 54조원)를 들여 '역대 가장 비싼 올림픽'으로 불리는 소치올림픽은 개회식도 그만큼 화려함과 웅장함을 자랑할 것으로 기대됐다.

'러시아의 꿈'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러시아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무대를 선보인 소치올림픽 개회식은 여러 숫자로도 살펴볼 수 있다.

▲160 = 개회식은 160분간 진행됐다.

▲3500 = 개회식을 위해 마련된 폭죽의 수. 이날 3500발의 폭죽이 소치 하늘을 수놓았다.

▲22.5 = 개회식에 사용된 폭죽의 무게가 22.5톤에 달했다.

▲4.8 = 무대 장식물 가운데 가장 무거운 것의 무게가 4.8톤이다.

▲3000 = 개회식에 참가한 공연자의 수.

▲2694 = 개회식 진행을 도운 자원봉사자의 수.

▲6000 = 공연 참가자들을 위해 마련된 의상이 6000벌이었다.

▲10000 = 개·폐회식 오디션에 참가한 1만명의 러시아인들이 '강남스타일'에 맞춰 춤을 췄다. 오디션에서 가장 인기있는 곡이었다.

▲5 = 개·폐회식 오디션에 참가한 사람 가운데 가장 어린 사람이 5살이었다.

▲67 = 개 ·폐회식 오디션에 참가한 사람 가운데 최고령자의 나이.

▲81 = 개회식에 사용된 모형 비행기의 수.

▲2640000 = 개회식에서의 총 빛의 밝기는 264만 루멘이다. 루멘은 인간의 눈으로 관찰되는 빛의 세기를 표시하는 단위다.

▲132 = 개회식에 사용된 프로젝터의 수.

▲140 = 개회식 촬영을 위해 사용된 카메라가 140대다.

▲9223 = 개회식 진행을 위해 동원된 사람이 9223명이었다.

▲17 = 이번 행사 준비를 위해 러시아·영국·미국·멕시코·그리스·캐나다·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이탈리아·뉴질랜드·에스토니아·스페인·스위스·아일랜드·네덜란드·리투아니아·우크라이나 등 17개국의 사람들이 힘을 합쳤다.

▲500 = '러시아의 목소리'에서 러시아의 다양한 지역과 인종을 표현하기 위해 동원된 체조 선수의 수.

▲20 = 에피소드 '앞으로 나아갈 때'에 동원된 프로 공중곡예사의 수. 아마추어 공중곡예사 18명이 함께했다. 전문 무용수는 80명이 참여했다.

[사건]'소치로 항로 바꿔라' 터키 여객기 납치 기도…이스탄불에 비상착륙 

 7일 이스탄불로 가던 터키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남자 탑승객의 납치 기도 이후 이스탄불 공항에 비상착륙했다고 현지 관리와 언론이 보도했다. 이 탑승객은 기내 폭탄 위협으로 러시아 소치로 향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우크라이나 하르코프에서 이륙한 이 여객기의 조종사는 비행 중 납치 신호를 공항에 보냈으며 여객기는 이스탄불 사비하 괵첸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이 여객기는 페가수스 항공 소속으로 110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현지 언론은 우크라이나 남자 탑승객이 동계올림픽이 개막된 러시아 소치로 항로를 바꿀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터키 한 관리는 "한 탑승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내에 폭탄이 있다고 소리치며 조종석으로 들어가려 했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여객기가 이스탄불 사비하 괵첸 공항에 착륙했지만 아직 탑승객들이 기내에 머무르고 있으며 당국이 납치 용의자에게 자수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가수스 항공은 "하르코프에서 이륙한 항공기에서 폭탄 위협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한편 러시아는 군과 경찰 10만 명을 동원하며 역사상 가장 안전한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근 자살 폭탄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테러 우려가 선수들과 방문객들 사이에서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치 동쪽으로 약 640㎞ 떨어진 볼고그라드 지역 기차역과 버스에서 폭발이 일어나 34명이 사망했으며 이 테러를 주도했다고 주장한 다게스탄공화국의 지하드그룹은 소치를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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