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대한민국 한복판인 광화문에서 대한민국 국가가 불타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18일 세월호 1주기를 맞이해 추모집회를 벌이던 군중들이 서울광장에서 광화문 광장 방향으로 불법 행진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부 시위자가 종이로 된 태극기를 꺼내들고 국기에 불을 붙인 것이다.

뿔테안경을 착용한 20대로 추정되는 이 시위자는 언론사의 카메라 앞에서 자신이 불을 붙인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한쪽 손으로 높이 치켜들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은 18일 다시 격렬하게 부딪쳤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 21명을 포함해 100명이 연행되고 양측에서 부상자가 100명을 넘었다.

경찰 또한 강경 진압에 이어 시위 주동자를 전원 사법처리하고 손해배상도 청구키로 했다. 집회 주최 측은 이런 대응이 세월호 가족과 시민을 자극해 과격 시위를 조장한다고 비판했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민의 눈은 따가웠다.

18일 충돌은 경찰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려는 시위대를 막아서며 시작됐다. 오후 4시30분쯤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왕복 12차로 도로로 쏟아져나왔다. 경찰 추산 1만여명이 일제히 광화문광장 쪽으로 진출을 시도했다. 경찰은 이들이 청와대로 가서 인간띠를 만들려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이 정도 인원이 거리로 나와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기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처음이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 버스에 ‘박근혜 퇴진’, ‘박공주 XX’, ‘박근혜 나와라’ 등의 낙서를 해놓고 경찰 버스 창문을 부수거나 차량 안의 소화기를 빼내 경찰에게 뿌리는 등 폭력 시위를 감행했다.

이 같은 일부 시위대들의 폭력 시위에 경찰 차량 71대가 파손되고 경찰 측의 채증용 캠코더와 무전기 등 경찰 장비 368개가 파손되거나 시위대에게 빼앗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 74명이 부상을 당하고 유가족과 시민 9명도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곳곳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경찰 측은 광화문 광장에 집결한 시위대 5000여 명에 대해 물대포와 최루액을 쏘면서 해산 명령을 내렸다.

경찰은 이 세월호 집회를 ‘불법·폭력 집회’로 규정했다.

박재진 경찰청 대변인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불법폭력 시위 주동자와 극렬 행위자를 끝까지 추적해 전원 사법처리할 계획”이라며 “파손된 경찰 차량·장비, 부상한 경찰관과 의무경찰 등에 대해서는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측에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집회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자청하기는 이례적이다. 해명을 넘어 경고의 의미가 강하다. 하원호 경찰청 경비과장은 “(이후 집회에서도) 불법이 있을 땐 변함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 세월호 관련 집회는 24, 25일로 예고돼 있다.

그러나 세월호가 이제 본질에서 멀어진 느낌이라는 한 네티즌은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 상징인 태극기를 태우다니, 세월호가 국가위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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