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캠피싱
[김홍배 기자]이른바 '몸캠피싱', 이들 조직은 평범한 자취방처럼 생긴 작은 공간이었지만 웬만한 기업 못지 않게 체계적이고 일사분란했다.

이들은 스마트폰 채팅 앱 ‘즐톡’과 ‘라인’을 통해 여성인 척하며 피해자를 물색했다. 주로 알몸 채팅을 하자며 유인한 뒤 야동(야한 동영상)을 틀고 피해자의 음란 동영상을 촬영했다.

그리고 주변사람들에게 알몸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뒤 억대의 돈을 챙겼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모바일 채팅사이트에서 상대에게 알몸채팅을 유도한 후 이를 촬영해 지인들에게 퍼뜨리겠다고 협박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앗은 조모(26)씨 등 5명을 정보통신망이용에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 법률 위반 및 상습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하고 알몸채팅을 유도하는 등 범행에 가담한 김모(27)씨 등 1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 등은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스마트폰 채팅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한 남성을 상대로 옷을 벗고 음란행위를 하도록 유도해 이를 녹화한 뒤 해킹을 통해 알아낸 개인정보로 주변사람에게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 1000명으로부터 10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들은 채팅앱에 '나 오늘 한가해요' 등 자극적인 문구를 올려 이를 보고 접근하는 남성들에게 영상메신저를 하자고 했다.

영상메신저를 시작하면 자신의 프로필 사진이라고 속이고 전화번호와 문자메시지, 위치정보 등을 해킹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을 전송해 휴대폰 정보를 빼돌렸다.

이후 여성의 알몸사진을 보여주면서 남성들에게 옷을 벗도록 하고 심지어 음란행위를 유도했다. 정작 채팅상대가 남성인지 여성인지도 모르면서 옷을 벗었고 이러한 모습은 고스란히 녹화가 됐다.

녹화된 영상은 협박에 이용됐다. 아르바이트로 고용된 한모(26)씨 등은 영상에 찍힌 남성들에게 돈을 보내지 않으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보내겠다고 문자메시지 등으로 협박했다.

'자살할 때까지 유포해드리죠', '경찰 앞에서 유포 진행해 드릴게요' 등 극단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순순히 돈을 보내지 않을 경우 처가나 자녀들에게까지 알몸 영상 일부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 조사결과 총책 조씨는 산업인력공단에서 주최하는 전자 관련 대회에서 수차례 수상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사이트에서 전화번호부 탈취 기능 악성앱을 구입해 문자메시지와 위치정보까지 해킹할 수 있도록 직접 악성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초기에는 조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 위주로 범행을 진행하다 차차 사무실을 확장하고 팀장급 직원과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하는 등 기업형 사이버 조직 공갈단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총책, 인출책, 유인책, 공갈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범행이 성공할 경우 수익금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등 기업형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서울은 물론 충남 지역으로 2개월마다 범행 장소를 옮기며 인터넷 접속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휴대전화 테더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50대 이상 대포폰에 수시로 유심을 변경하는 수법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범행 대상 대부분은 30대 남성으로 이 가운데는 공무원, 대기업 회사원, 의사 등도 포함됐다. 돈이 없는 피해자는 대출까지 받아 돈을 입금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몸캠피싱 뿐 아니라 파밍, 스미싱 등 다양한 범죄에 악용되는 프로그램을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중국 사이트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원회와 협의해 차단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 대부분 자신의 음란영상이 직장 동료나 가족들에게 유포되는 것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못했다"며 "아직 국내에 남아 있는 몸캠피싱 조직을 계속 추적 수사해 검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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