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중원 변호사
왜 악인이 번성하고 의인은 고난 받는가.

(시편 37: 35, 36)

 

투아레그족 청년 《모세하난 이브라함》은 사하라 사막의 남쪽에 있는 알제리 도시 타만라세트 출신이다. 그는 밀입국해서 마르세유에 정착했다. 그는 그동안, 거지, 여관의 청소부, 식당 종업원, 그 후에는 액세서리 노점상, 부두 노동자, 공사판 막노동 등을 전전하면서 한 번도 제대로 된 직업이 없었다. 닥치는 대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다. 언제나 막일꾼이었을 뿐이다. 그런 건 정상적인 직업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밀입국한 불법 이민자 신세에 신분 상승은 언감생심이었다.

그가 말했다. “그러나, 며칠을 굶는다고 해도 좀도둑질, 자동차 절도, 노상강도 같은 짓은 할 수 없었지. 어찌되었든…… 그 따위 짓은 할 수 없었지. 그리고 말이지…… 마약에도 손대지 않았어. 그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에도 말이지.”

마약 밀매는 상당히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수입만큼은 아주 쏠쏠한 것으로 소문나 있었다. 밀입국자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항구 주변의 으슥한 거리에서는 아랍인 조직에 의해 마약 밀매가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중간 딜러에게 고용된 밀매꾼들이 정해진 구역의 골목에서 경찰의 눈을 피해 융키라고 불리는 중증 마약중독자 또는 그냥 중독자들에게 셀로판 봉지에 들어 있는 백색 가루 또는 값싼 콜롬비아산 크랙을 파는 일이었다.

그날, 석양 무렵이어선지 프라도 해변 부근의 산 쪽으로 붙어 있는 언덕에는 아무도 없었다. 원래부터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이었다. 교외의 언덕 사이 어두운 계곡에 흩어져 있는 짙은 올리브 나무 숲, 무화과나무와 야생 포도 넝쿨이 내려다 보였다. 아프리카에서부터 밀려온 거친 파도가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면서 암벽 아래 해안을 물어뜯고 있었다. 이슬방울이 잎새 위에서 떨고 있었고 바닷새가 날아오르자 나뭇가지들이 가볍게 흔들리면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알제리 식당에서 알게 된 선배가 말했다.

“마약을 파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야. 간단히 말하면 말이지…… 우선 딜러로부터 물건을 건네받아서…… 자기 구역에서 돈을 받고 융키들에게 파는 거지. 그들을 싫어할 필요는 없어. 돈만 받으면 되니까. 그것뿐이지. 네가 원하면, 내가 바로 그 딜러 역할을 해줄 수 있지······.

경찰이 오면 재빨리 도망가 버리면 그뿐이야. 짭새들은 사복을 입어도 금방 알아볼 수 있지. 머리 모양부터 군인들처럼 짧고 단정하지. 구두 쪽과 허리춤을 보면 그쪽이 어딘지 모르게 불룩하지, 권총 지갑을 차고 있으니까. 그것들은 너무 느려빠졌지. 뒤뚱거리면서 잘 뛰지를 못해서 따돌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지. 다급할 때에는 도망가면서 셀로판 봉지를 찢어서 거리의 하수구에 버리면 그만이야. 그리고 시치미를 떼는 거지. 그곳에는 물이 흐르고 있으니까. 다행히 마약 단속반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불법체류를 문제 삼지 않지.

하지만…… 급한 나머지 셀로판을 꿀컥 삼키면 안 되지. 경찰에 잡히면 구토제를 억지로 먹여서 토해내게 만드니까. 가끔 죽는 수도 있어. 위산이 많은 친구들은 그 위산이 너무 빨리 셀로판을 녹여버리기 때문이지.

그래도…… 난 마약을 직접 해본 적은 없어. 그건 최고의 타락이고…… 인생 파멸의 지름길이기 때문이지. 그런데도, 어떻게 마약매매를 할 수 있느냐고, 지금 묻고 싶을 거야? 마약을 하는 건 중독자 자신들의 문제이지, 내 문제는 아니거든. 그들이 원했으니까. 죄의식은 쓸데없는 일이야. 결국은, 돈 때문이야. 이 세상은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마약 거래를 하면 너무 쉽게 큰돈을 만질 수 있거든. 목돈을 마련해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거야. 나는 틀렘센이나 아니면 모로코 쪽으로 가서…… 가족들이 너무 그리워.”

이브라함이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선배는 너무 쉽게 이야기 하지만, 다른 위험은 없는 거야? 가끔 불행한, 아주 불쌍한 사람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어.”

“그러나, 난 강요하는 게 아니야. 네가 돈을 벌고 싶다면, 그렇게 해주겠다는 거지……. 그런데, 그 세계에서는 소년원이나 교도소에 가는 경우가 흔한 일이기는 하지. 그건 멍청한 녀석들이 부주의하기 때문이야.”

 

말리크는 키가 작았지만 부드러운 체격을 가지고 있었고 피부가 가무잡잡한 갈색이었다. 여자처럼 곱상하게 생긴 얼굴에 희고 가지런한 이가 반짝였다. 그는 원래 알제리 도시 틀렘센 출신이다. 그 도시는 국경 도시로 모로코의 우지다와 가깝고, 그는 모로코 쪽에 친구가 많았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모로코 출신인 것처럼 행세할 때가 많았다. 그는 모로코 마약의 주요 수요처였던 암스테르담에서 모로코 조직의 말단 조무래기였다. 그 도시는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운하의 도시이다. 그는 공개적인 섹스 숍이 즐비한 홍등가에서 공공연히 진짜 또는 가짜 헤로인이나 가짜 엑스터시를 주로 술 취한 관광객들에게 팔았다. 그러나 포주와 창녀들과 소매치기, 사기꾼, 가짜 경찰관, 좀 도둑, 밀수꾼, 술집 웨이터, 동성애자들의 매춘부 노릇을 하는 젊은 남자, 칼잡이, 마약 밀매범들로 잘 짜여진 동유럽 조직에 모로코 조직이 밀리자 그 도시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얼굴을 배 밑바닥에 박은 채 머리가 완전히 으깨지고 짙은 밤색 머리카락은 피로 범벅이 되어 쓰러져 있었다. 조직의 부두목 격으로 모로코에서 암스테르담으로 마약을 운반하는 운반책이었다. 그들에게 당장 손을 떼고 떠나라는 엄중한 경고였다. 그들 조직은 잠시 파리를 거쳐 마리세유에 정착했다.

그가 자세히 얘기했다.

“역시 항구가 최고야. 무질서하고 온갖 인종들이 다 모이거든. 우린 암스테르담에서는 우선 숫자에서 밀렸어. 소수였거든. 마르세유는 마그레브와 아랍계가 다수이니까. 우리 조직은 최대 조직에 편입되었던 거야. 그러나 말이지, 그들은 몹시 잔인하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야. 그러니까 손을 뗄 수가 없는 거야. 그쪽 세계의 최고 보스는 예멘 출신인데 마약밀매 조직과 폭력 조직을 함께 거느리고 있지. 그리고는 마약밀매와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어……. 그는 아랍인이지만 이태리 사람들의 흉내를 내고 있지. 마피아의 조직 원리와 행동강령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마약대금을 떼어먹거나, 빌린 돈을 제때 갚지 않으면, 바로 죽음 같은 형벌이 기다리고 있지.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날카로운 칼로 새끼손가락, 엄지 등을 차례로 잘라버리지. 그래도…… 갚지 않으면, 그 다음에는 도끼로 손목, 발목, 목 순으로 잘라버리지······. 내 왼손의 잘려나간 새끼손가락이 보이지······. 내가 한때 슬롯머신에 미쳐서 가지고 있던 돈 모두를 털린 거야. 그래서 마약대금을 잠시 지불하지 못하였지. 그때 내가 그의 손아귀를 빠져나갈 수는 없었어. 그물망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거든. 그리고 도망치려다 잡히면 ㅡ 반드시 잡혔지 ㅡ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어.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지. ‘두목님, 잘못했습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두목의 얼굴은 갈색이고, 꿈꾸는 듯한 몽롱한 눈에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와 짙은 턱수염을 길렀지만 왼쪽 관자놀이에서 턱까지 깊은 칼자국이 나 있었다. 그는 동성애자들이 입는 옷에는 질색을 하였고 마피아 두목 스타일의 정장을 입고 신경질적으로 스파게티 웨스턴에 나오는 멕시코 무법자들처럼 챙이 넓은 펠트 모자를 썼다 벗었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한껏 거드름을 피웠다.

그는 계속해서 아편을 피우고 있었다. 인도산 아편의 중독자였다. 그는 주로 남미 산 코카인과 아프카니스탄 바다흐산에서 나온 생아편으로 정제한 헤로인 또는 토탈 데인저total danger를 취급했지만 자신은 생아편 냄새가 풍기는 시커멓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들어있는 아편 단지를 신주단지처럼 곁에 두고 살았다.

그가 비음이 많이 섞인 목소리로 위엄 있게 느릿느릿 말했다.

“나는 언제나 돈 떼어먹은 작자들을 마음에 들어 하지. 그자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사기꾼과 협잡꾼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그자들이 없다면 내가 얼마나 심심하겠어. 이 세상에 사기꾼은 불가피한 거야.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선조인 야곱도 아버지와 형을 속인 사기꾼이었지만 아브라함, 이삭과 함께 하느님으로부터 영원한 축복을 받은 자가 되었거든. 나는 하느님처럼 최종 판결을 내리는 정의의 심판자 노릇이 아주 마음에 들지.

어쨌거나 네놈은…… 대단한 사기꾼은 아니란 건 알고 있지. 나를 벗겨 먹으려고 치밀하게 계획했던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괜찮은 딜러였거든. 매상고가 상위권이었고. 그 동안 약속을 잘 지켰지만…… 규칙은 규칙이야. 예외는 없어……. 규칙은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거야. 그래도 많이 봐주겠어. 그래서 왼손의 새끼손가락만 자르겠어······. 이건 이례적으로 아주 관대한 거야. 네가 한 사과는 짧지만 진심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 만일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는다면 그건 공허한 거짓말로 들리게 되고 그러면 나는 무척 화가 나는 거야. 그럴 경우에는 네놈의 손목을 자르겠지. 나를 원망하지는 마. 알라신도 폭력을 인정했으니까. ……죽음이나 십자가형 또는 손목 절단, 잘린 손과 반대되는 다리 절단, 또는 추방으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라고 했거든.

하지만 네놈이 알아야할게 있을 거야. 그렇지. 이미 잘 알고 있겠지. 힘이 있기 때문에 내가 이 세계의 왕이고 지배자인 거야. 신이든 인간이든 간에 힘을 가진 자는 억누를 수 없는 본능에 따라 그것을 행사하는 거야. 그러나 힘은 남용될 수밖에 없지. 그게 어쩔 수 없는 힘의 속성인 거야.”

그는 마약밀매, 고리대금, 무차별적인 폭력, 매춘 등 지하세계의 권력자였다. 그러나 두목은 정확했다. 자신이 스스로 입법자가 되어 만들어 논 규칙을 이번에는 집행자가 되어 정확히 집행한 것이다.

“그런데, 두목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몇 가지 사업을 벌이고 있었지만, 또한 부업으로 부유한 아랍인 고객들에게 동성애자를 소개하고, 아주 문란한 파티를 열어주지. 거액의 돈을 받고 동성애자 알선사업을 하고 있는 거야. 동성애자들을 모아서 남성 역할을 하는 능동적 동성애자와 여성 역할을 하는 수동적 동성애자를 짝지어주고, 그들에게 고단위를 팔지. 수동적 동성애자는 턱수염을 완전히 밀어버리고 여자처럼 화장을 하며, 침실에서 여자용 잠옷을 입고 가끔 인공 유방을 하기도 하지······.

그 소굴이 바로 그가 운영하는 세라비c'est la vie 바이지. 너에게도 나지막한 목소리로 유혹의 손길이 미칠지 몰라······. 그들은 갈색 피부를 너무 좋아하니까······.

그에게도 좋은 점은 하나 있기는 하지. 몹시 잔인하기는 하지만, 모든 계산 하나는 아주 정확하게 처리하지. 그리고 비밀을 철저히 지켜주지. 그러니까, 아랍 귀족들이 그를 신뢰하지 않았겠어······. 그래서, 주체할 수 없이 많은 돈을 가진 부자들이 돈을 마구 뿌리는 거야.”

그 전설적인 두목은 철저한 무슬림이었다. 무슬림의 의무인 신앙 고백, 메카를 향한 하루 다섯 번의 기도, 라마단 기간 중의 단식, 메카 순례 등을 빠짐없이 다 하였다. 또, 대단한 사업가 행세를 하면서 이슬람 위원회의 고문이고 후원자였는데, 그 위원회는 마르세유에 있는 70개가 넘는 이슬람 사원과 기도실을 아우르고 실제 지배하고 있었다.

그 대단한 사기꾼, 위선자는 대외 과시용으로 종교라는 화려한 외투를 걸치고 있는 거였다. 그러나 그가 젊은 시절 한 때 예멘의 감옥에 있었다는 사실과 이상한 성적 취향이 있다는 소문 이외에는 그의 어두운 과거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때 이브라함은 목이 탔으며 이마에 땀이 맺혔다. 속이 메스껍고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갑자기 말리크가 낯설게 보였다.

그가 간신히 대답했다.

“선배…… 너무 고마워. 한 번 깊이 생각해볼게……. 선배의 말은 구미가 당기기는 하지.”

그러나 그는 마약중독자들을 몹시 혐오했기 때문에 용케도 그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다. 그가 보았던 마약 중독자들은 한결같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다. 몸에서는 오랫동안 씻지 않아서 불쾌하고 썩은 냄새가 풍겼다. 몸은 빼빼 마르고 연신 기침을 해댄다. 얼굴에는 딱지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눈은 초점을 잃은 채 퀭한 표정을 짓고 있다. 중독자들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좀도둑질을 하거나 길가는 사람을 마구 붙잡고 구걸을 하였으며, 여자들은 길거리에서 함부로 매춘을 하였다. 그건 지금도 말할 수 없이 불쌍한 처지에 있는 인간을 더욱 빠져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일이었다. 하여간에 그 세계에 잘못 발을 디디면 기다리는 것은 불신과 배신, 음모, 교도소뿐이었다.

 

말리크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모로코 출신 딜러와 조무래기들이 모여들었다. 그의 나이 벌써 40대 중반에 접어들었고 선배들은 대부분 마약에 손을 떼고 은퇴하였다. 그의 조직은 하나의 느슨한 분파를 형성했고, 그는 조직의 규칙을 조직원들에게 말했다. “내 경험에 의하면 말이지, 너희들은 지금 방식대로 되는 대로 살아가면 체포되거나, 병에 걸리거나, 돈을 죄다 잃고 결국 최후를 맞게 되는 거지.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는 거지. 너희들은 마약을 팔지만 마약을 입에 대면 안 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술도 좋고 담배도 좋고 마조히즘이나 사디즘 같은 변태도 좋지만. 마약만은 절대로, 절대로. 철없는 것들이 환각제와 마약이 사람을 해방시킨다고 온통 떠들어 대지만 그 말에 속아서는 안 되는 거야. 그런데 돈 관리를 잘해야만 하지. 첫째도 저축, 둘째도 저축이야. 그러나 너흰 합법적으로 은행 거래를 할 수 없으니깐, 내가 선량한, 신처럼 정직한 금융업자를 소개해줄 수 있지, 알겠지. 너희들은 언젠가는 이 일이 지겨워질 거야, 다른 일을 하고 싶은 날이 오는 거야. 그때는 언제든지 떠나라고, 억지로 붙잡지는 않을 테니까. 그건 조직의 엄연한 규칙인 거지.”

그 조직은, 불안하고 초조하고 심각한 우울증에 걸려서 항우울제 대신 마약에 의존해야하는, 주로 아프리카 출신 매춘부, 스트립클럽의 스트리퍼, 노점상, 노름꾼, 노상강도, 자동차 절도범, 잡범, 동성애자, 불법체류자, 관광객들에게 싸구려인 남미산 크랙 코카인을 공급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도시의 북쪽 아랍인, 동유럽과 마그레브 출신 이주민들과 그들의 후손인 ‘이쉬 드 리미그라숑’이 모여 사는 구시가지에서 택시 운전사, 술집의 바텐더, 포르노 비디오 숍의 점원, 이민자들에게 불법으로 비자를 만들어주는 위조 신분증 업자, 돈세탁을 해주는 사채업자, 의무기록을 남기지 않고 치료를 값싸게 해주는 의사, 부패한 경찰, 포주, 갱단 단원, 호텔 직원, 불법 직업 소개업자 등과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서로 주고받고 도우며 마약을 거래하였다.

그러나 현찰 박치기가 원칙이었지만 오래된 단골들, 또 당장 돈이 없는 불쌍한 사람들에게는 외상거래를 안할 수 도 없었다. 그는 말했다. “내가 너무 사람이 좋은 건지, 아니면 너무 물러터진 건지, 그들이 날 등쳐먹는다고. 어쩔 수 없이 빚을 탕감해줄 때도 있는 거야. 난 눈감아 주니까, 내가 마약으로 돈 벌긴 애시당초 그른 거야.”

게다가 그는 반드시 두목으로부터 마약을 공급받아서, 약간의 전매차익을 따먹고 똘마니들을 풀어 소매 영업으로 팔아야 했으니 이익이 거의 없었다. 두목은 여전히 그를 일개 딜러로 취급할 뿐이었다. 그러니 조직을 제대로 유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만 했다.

모로코의 하이아틀라스 산맥 동부 지역은 전통 베르베르어인 타마지트어를 모국어로 쓰는 베르베르족 (현지인들은 ‘자유인’이라는 의미의 아마지그족을 더 선호하지만)이 살고 있고, 한때는 이슬람 신비주의자들의 본거지였다. 그 지역에서도 최고의 벽지인 민둥산 산등성이 아래 깊은 계곡, 이메시메네 계곡에서 그들 부족 일부는 암암리에 보리와 밀을 지배하는 밭 사이에 지중해성 기후에 잘 자라는 양귀비를 재배하고 수확기인 늦은 봄철이면 양귀비 열매에 칼로 상처를 내고 그 상처에서 보랏빛 진액이 흘러나와 마르면 금속 도구로 긁어모아서 생아편 덩어리를 만든다. 그리고 비밀 헤로인 제조실에서 정제를 한다.

그는 아버지 쪽이 역시 베르베르족의 혈통이기 때문에 그들 부족과는 어렸을 때부터 잘 알고 지냈다. 그러므로 언제든지 그들과 연결 될 수 있고, 아주 고급 헤로인 가루를 두목이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거의 반의 반 가격으로 공급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고급 가루 코카인을 판매할 고객을 확보해야만 하였다. 그래서 그는 직접 나서서 또는 프랑스어나 아랍어에 능통한 중간 딜러를 동원해서 고급 호텔의 투숙객, 스트립클럽, 댄스 홀, 레즈비언 술집, 게이 식당이나 게이 전용 클럽, 고급 레스토랑의 소물리에를 통해서 백인 중산층이나 상류층, 특히 중동에서 온 거물 아랍 중계상들을 고객으로 확보하여 분말 코카인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고객 확보는 필연적으로 두목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고 그가 극도로 싫어하는 일이었다. 두목은 그가 모로코 산 고급 헤로인을 싸게 들여오는 것과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제부터 영역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두목은 주저하지 않고 단호하고 발 빠르게 행동했다. 그의 조직 전체가 와해될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그는 이익의 반을 바치겠다는, 그 다음에는 모로코와의 거래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완전한 항복 선언이나 다름없는 협상을 제안했지만 단번에 거절당했다. 두목은 하찮은 녀석이 협상을 제안한 것 자체가 몹시 불쾌했던 것이다.

 

늑대와 어린 양

 

목이 말랐던 늑대와 어린 양은 물을 마시러 개울에 갔다. 늑대는 개울의 위쪽에서 물을 마셨고 어린 양은 아래쪽에 자리를 잡았다. 양을 보고 군친이 돈 늑대는 시빗거리를 찾았다.

“이놈, 왜 내가 마시는 물을 흐려 놓느냐!”

양은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죄송해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물을 흐릴 수 있지요. 위에서 내려오는 물을 마시고 있는걸요.”

할 말을 잃은 늑대는 다시 말했다.

“여섯 달 전에 넌 내게 욕을 했어!”

어린 양은 대꾸했다.

“그때는 제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요.”

“그렇다면, 욕을 한 건 네 아버지였어!”

 

그의 조직원 몇 명이 누구의 밀고에 의해 경찰에 체포되어 구속되었다. 그들은 마약 소지 또는 마약 판매 등의 죄목으로 재판을 받고 10년 이상 감방에서 썩어야할 것이다. (중간 두목 급인) 또 한 명은 초저녁 어스름에 마르세유 생 샤를 역에서 장거리 버스 정류장 쪽으로 가는 대로에서 깊숙이 들어간 미로처럼 얽혀있는 좁고 으슥한 뒷골목에서 칼에 찔렸다. 암살자는 며칠째 계속 그를 미행했던 것이다. 목에 난 벌어진 상처에서 시커멓게 피가 흐르고 벌건 살이 드러난 채 죽었다.

그는 살기 위해서는 빨리 멀리 도망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는 동거녀에게 가지고 있던 돈을 몽땅 털어주고 파리나 암스테르담 등 북쪽으로 떠나도록 했고, 자신은 남쪽으로, 모로코로 갔다. 그러나 가족이 있는 틀렘센으로 가지는 않았다. 가족에게까지 화가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사블랑카 남쪽 사피의 좁고 누추하고 으슥한 뒷골목에 있는 삼층 건물의 작은 방에 은신하였다.

그는 알라신에게 호소하였다. “아아, 나의 선한 천사여, 나의 신이시여 나를 누구에게 맡기실 것이며,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이까? 생각건대 당신은 이곳에 계셔서 나를 보호해 주셔야만 합니다. 죽음의 공포가 엄습해 와 나 자신을 어찌할 수가 없나이다. 여기 악독한 두목의 부하가 이 도시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나를 집행할 자이며, 악마의 무리를 대동하고 있습니다. 나를 보호해줄 자가 없나이다. 아아, 나는 너무도 고통스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알라신이 대답했다. “너의 사악한 행위에 대해서 나는 동의한 적이 없었느니라. 나는 네가 천성적으로 나보다는 악한 무리에게 이끌린 것을 처음부터 지켜보았다. 너는 변명할 수 없다. 하지만 네가 신의 계명에 반대되는 행동을 했을 때 나는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너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위험한 곳과 너를 그곳으로 유혹하는 악마의 무리를 떠나라고 충고했다. 그래도 넌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어째서 내가 널 책임져야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나 두목이 누구인가. 그는 항상 빈틈없이 정확했다. 지독한 두목의 집요한 추적을 피할 수 없었다. 《말리크 알리드레미》는 일 년 후, 한 무리의 킬러들에게 잡혔고 한 밤 중에 대서양의 깊은 물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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