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행 버스에 오르는 잠적 무기수 홍승만
[김홍배, 김승혜 기자]밀항을 위한 이동인가? 아지트 마련을 위한 포석인가?

잠적 8일째인 전북 전주교도소 무기수 홍승만(47)의 행적파악이 지난 24일 오전 11시24분 이후 울산의 터미널에서 멈췄다.

홍씨가 지난 23일 강원도 동해에서 모습이 드러난 뒤 부산으로 잠입해 모텔에서 하루를 묵고 이튿날 오전 울산으로 잠입한 사실이 확인된 직후 자취를 다시 감추며 20시간의 행방만 현재 밝혀진 상태다.

23일부터 이틀간에 걸친 홍씨의 행적을 재구성해 봤다.

홍씨는 23일 오후 4시를 갓 넘긴 시간 동해공영버스터미널에 나타난다. 매표소에서 오후 4시50분 부산으로 출발하는 K시외버스의 승차권을 구입한 다음 승차장으로 향했다.

오후 4시43분. 동행발 부산행 버스의 문이 열리고 승객 4명이 탑승한다. 홍씨는 승객들 가운데 3번째로 버스에 오른다. 이 때 홍씨는 교도소를 나갈 당시 끼었던 반무테 안경이 아닌 뿔테 안경을 착용했다.

홍씨의 움직임으로 볼 때 버스 맨 뒤 좌석으로 가서 앉았고, 오후 4시50분 7초에 버스의 출입문이 닫히며 터미널을 빠져 나간다.

삼척에서 4명의 승객을 더 태우고 부산까지 327.4㎞를 달린 이 버스는 4시간20분 뒤인 오후 9시5분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버스가 하차장에 멈춘 뒤 승객들이 하나 둘씩 내렸고 홍씨는 가장 마지막으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릴 때 홍씨의 좌측 손에는 동해터미널에서 들고 있지 않았던 검정비닐봉지 하나를 들고 있었다. 휴게소 또는 삼척터미널에서 구입한 먹거리였다.

하차장을 걸어서 8분 뒤 대합실로 들어온 홍씨는 주위를 한 번 두리번 거린 뒤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와 9시14분 빠른 걸음으로 터미널 출구를 빠져 나간다.

4분 뒤인 9시18분 터미널 앞 횡단보도를 건넌 홍씨의 모습이 약 2분 동안 보이지 않다가 횡단보도 뒤에 정차한 택시에 9시20분 탑승한다. 홍씨가 탑승한 택시는 곧바로 출발하지 않고 정확히 19초후에 어디론가 향한다.

 
짧은 시간동안 홍씨는 택시기사에게 가장 가까운 숙박업소가 어디 있는지를 물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포동 터미널을 출발한 택시는 약 5분 정도를 달려 홍씨를 금정구 청룡동의 한 숙박업소에 내려준다.

오후 9시36분. 홍씨의 모습이 B모텔 카운터에 잡혔고 카운터에 종업원이 없자 홍씨는 계단을 내려가 여성 종업원을 불러와 숙박료 4만원을 지불한 뒤 5층의 일반실로 들어가면서 유독 폐쇄회로(CC)TV를 의식하는 장면이 두차례 정도 목격된다.

숙박업소 관계자는 "부산종합터미널에서 숙소까지 도보로는 지하철 역 한 정거장 거리로 약 10분 정도 걸리고 택시로는 3분에서 5분 정도 소요된다"라며 "홍씨라는 사람은 객실에 들어간 뒤 전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홍씨는 객실에 들어간 지 11시간만인 이튿날 24일 오전 8시5분 객실을 나와 모텔 앞을 서성이다 범어역 전철역 4번 출구 방향으로 걸어 이동한 뒤 울산행 시외버스를 탑승한다.

울산행 버스에 몸을 다시 실은 홍씨는 이날 오전 11시24분 울산시 울주군 언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차했고, 이 장면은 폐쇄회로(CC)TV에 의해 마지막으로 확인됐다.

한편 홍씨는 가방을 양쪽으로 매지 않고 항상 우측 어깨 한쪽에 매고 다니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버스에 설치된 블랙박스와 터미널 및 숙박업소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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