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횡령, 정관계 로비 등 여러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석채(68) 전 KT 회장이 19일 검찰에 소환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양호산)는 이날 9시50분께 이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 측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배임 의혹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이 전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기 전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을 상대로 회사 실무진의 만류에도 사업을 추진한 이유가 무엇인지, 사업 추진이나 자산 매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없었는지, 사업 손실이 불가피한 사실을 사전에 보고 받고 묵인했는지 등을 추궁했다.

이 전 회장은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스마트애드몰(지하철 광고사업)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60억원대 손해를 끼쳤고, KT 사옥 39곳을 감정가보다 헐값에 매각해 회사 측에 피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OIC랭귀지비주얼(현 KT OIC)과 ㈜사이버MBA(현 KT이노에듀)를 KT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적정 가격보다 비싼 값에 인수해 회사에 피해를 준 혐의가 있다.

이 전 회장은 아울러 임직원에게 지급한 상여금 중 일부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20억원 안팎의 비자금을 조성, 정관계 로비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검찰은 회사 실무 책임자들이 수백억원의 적자를 예상하며 만류했던 스마트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이 석연찮은 것으로 보고 업무와 관련한 청탁이나 뇌물이 오갔는지를 보고 있다.

또한 특정 펀드에 감정가의 75%만 받고 사옥을 넘겨 KT가 869억원의 손실을 떠안고, 주변 시세보다 높은 임대료로 5~15년간 장기임대차 계약을 맺어 적정 가격에 계약을 맺었는지를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 전 회장의 8촌 친척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설립 또는 지분을 보유한 'OIC랭귀지비주얼'과 사이버MBA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이 외압을 넣거나 부적절하게 개입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OIC랭귀지비주얼을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유 전 장관에게 수억원대 시세차익을 안겨준 대신 60억원 상당의 손실을 기록하고, 보통주의 액면가가 500원에 불과한 사이버MBA 주식을 9배 이상 비싼 가격에 매입함으로써 배임 의도가 농후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의 고발 혐의에 비중을 두고 수사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자금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만든 정황을 포착, 관련 의혹을 샅샅이 들여다봤다.

이 전 회장은 2009~2012년 임원 10여명의 계좌로 상여금을 과다 지급한 뒤 돌려받는 수법으로 20억원 안팎의 비자금을 조성, 이 중 일부는 전직 차관급 인사인 H씨의 부부 해외여행 경비나 자녀 해외유학 경비 명목으로 각각 수만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측근인 김모 사장이 IT 플랫폼을 새로 구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BIT)에서 9000억여원에 달하는 사업비 중 상당 부분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해외 컨설팅 명목으로 수백만 달러를 지출하는데 이 전 회장이 관여했는지도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야당 중진의원의 청탁을 들어주고 로비한 의혹도 수사과정에서 불거졌다.

KT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담당하는 앱디스코는 지난 6월 부실한 경영으로 미수금이 발생했지만 KT계열사인 엠하우스와의 거래관계를 계속 유지했고, 지난 9월에는 미미한 사업 실적에도 KT로부터 20억원을 지원받아 야당 의원이 이 전 회장에게 로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

검찰은 이날 밤 늦게까지 이 전 회장을 조사하고 일단 돌려보낸 뒤 진술, 증거자료 등을 토대로 재소환 또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1~2차례 추가로 소환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참여연대는 이 전 회장을 배임 혐의로 두 차례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 10월 말부터 KT 본사 및 계열사, 거래업체, 이 전 회장의 자택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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