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공무원연금개혁안이 여야의 극적 합의로 타결됐다. 공적연금을 하나로 통합하려던 정부의 목표와는 달리 단계적으로 수치만 조정하는 방식으로 합의된데다 재정절감 효과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선언한 지 15개월 만에 합의였지지만 이 과정에서 국회는 ‘공무원 눈치 살피기’로 일관하면서 타이밍과 원칙 모두 놓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당초 ‘신·구공무원의 연금체계를 분리’하는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야당과 공무원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공무원이 매달 더 내고 퇴직 후 연금을 덜 받는 ‘모수개혁’ 방식으로 후퇴했다. 1995년과 2000년, 2009년 세 차례 있었던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모수개혁의 한계가 드러났는데도 이번에 또다시 이 방식을 택한 것이다.

정치권이 공무원 여론을 의식해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당 측 관계자는 “지금 논의하고 있는 기여율 9.5%에 지급률 1.7%로 가더라도 결국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한시적인 개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단체를 논의 과정에 포함시킨 것도 문제였다.

정부가 지난해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발표한 뒤 공무원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정치권은 여야, 전문가, 공무원단체로 구성된 대타협기구를 구성했다. 하지만 대타협기구는 활동 시한으로 정한 3월 말까지 뚜렷한 의견 접점을 찾지 못하고 공전했다.

결국 여야 의원들이 빠진 형태의 ‘실무기구’를 구성해 사실상 대타협기구 활동을 연장하는 ‘꼼수’까지 동원하게 됐다.

결국 여당 새누리당은 국가재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대원칙을 고수하지 못했다.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무원 집단을 위해서 움직였다.

이로써 사실상의 재정절감은 물 건너갔다.

이럴 거면 공무원연금개혁 운운할 것이 아니라 공무원연금조정이라고 해야 맞다는 느낌이다.

공전을 거듭하기는 실무기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핵심 쟁점인 지급률과 기여율을 두고 의견을 좁혀가던 중 공무원단체와 야당은 ‘공적 연금 강화’를 내세워 제동을 걸었다.

내년 총선과 그 다음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사회의 민심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실무기구는 국회 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회 활동시한을 겨우 하루 남겨두고 합의안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1일 예정돼 있던 특위의 법안심사소위원회, 전체회의가 줄줄이 연기됐다.

여당 측 특위 관계자는 “실무기구에서 합의안이 나오지 않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끊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결국 이번 공무원연금개혁은 '용두사미'로 끝난 '반쪽자리' 개혁으로 향후 해결과제만 남긴채 막을 내렸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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