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실제로 의리는 그런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 흔히 의리(義理)는 친구들에게 위험이나 불행이 닥치면 그것을 자신의 일처럼 최선을 다하여 도와주는 것, 즉 친구의 불행을 자신이 덜어줌으로써 친구가 불행이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여긴다.

 요즘은 의리가 본래의 의미에서 한발 더 벗어나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도와주면 의리가 있다고 하고, 반대로 도와주지 않으면 의리가 없다고 한다. 사전의 뜻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대개 친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할 때 보면 다소 불합리하고 정상적으로는 하기 힘든 일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의리(義理)보다는 비리(非理)에 가깝다. 그런데 이런 비리(非理)에 가까운 일을 도와주면 의리가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옳고 그른 것은 다음 문제고 도움이 되면 의리가 있는 것이고, 도움이 되지 않으면 의리가 없다는 것이다.

 의리가 왜곡된 것이다. 한마디로 의리가 힘이 있는 친구가 다소 불합리하더라도 도와주라고 압력을 넣는 상향식 여론몰이 용어로 변질된 것이다.

 도움을 가장 많이 주는 사람이 의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해도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간접적인 도움이다. 사실 간접적인 도움이 훨씬 위력도 세고 자존심과 자긍심을 높여 주는 데 말이다. 도움으로 의리를 따지려면 반드시 간접적인 도움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친구가 대통령이면 위상이 대통령급으로 격상이 된다. 육사11기가 막강한 적이 있었다. 동기중에 대통령이 2명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동기들 도와주라고 누구한테도 지시한 적이 없다. 하지만 사회 각계에서 대통령과 친하지 않은 동기들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간접적으로 동기인 대통령의 덕을 본 것이다. 대통령이 친구들에게 간접적이나마 가장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그 동기들 중에서는 흔히 말하는 가장 의리 있는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간접적인 도움은 도움으로 생각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고려대 73학번 동기들이 입학4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10월 모교를 방문하는 행사가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있었다. 준비위원장이 현재 새누리당 사무총장인 홍문종의원이다. 홍의원 덕분에 행사가 성대하게 이루어졌다. 준비위원장은 대체로 그 동기들 중에서 가장 출세를 하여 영향력이 있는 친구가 맡는다. 결국 홍문종의원이 우리 고대 동기들 중에서는 가장 의리가 있다는 말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효도(孝道)도 마찬가지다.

자식 중에서 가장 출세한 자식, 다시 말해 입신양명(立身揚名)한 자식이 효자중의 효자다. 옆에서 잔심부름 해주는 것보다 몇 년에 얼굴 한번 보는 한이 있어도 사회적으로 성공하여 자랑스러운 자식이 효자인 것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충주사람이다. 충주에 사는 어머니는 자식인 반기문총장만 생각하면 그냥 기분이 좋단다. 언론에 반기문총장이 나오면 열심히 TV를 보시며 대견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이 보다 더 큰 효자가 어디 있겠는가? 충주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효자가 바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인 셈이다.

 광의적으로 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이 가장 큰 의리고, 효도인 것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사회적 자활능력을 상실한 것이 의리도 없고, 불효인 것이다.

 의리에 대해 개념정립을 다시 해봐야 한다.

의리(義理)는 주위사람을 측은하게 여기고 도와주려는 마음가짐과 사회적 성공에서 비롯된다. 또한 의리는 변절하지 않고 시종일관(始終一貫)하는 인간관계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보다 지식과 경륜, 경제력이 약한 친척이나 친지들을 업신여기지 않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도와주려고 애쓰는 것이 바로 의리가 있는 것이다.

 의리가 있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고, 정감이 넘치는 사회다. 의리(義理)있다는 말을 듣게 되면 사회적으로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풍부한 인간미로 주위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된다. 한마디로 성공한 인생임에 틀림없다. ^&^

 두레정치연구소 대표 한 창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