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증권가
국내 증권업계 '맏형' 자리를 놓고 KDB대우증권과 NH투자증권의 싸움이 치열하다.

시가총액으로 보면 대우가 단연 넘버 원이지만 총자산규모로는 NH투자증권이 압도적이다. 더욱이 60개에 달하는 증권사들이 경합해 갈수록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이 갖는 프리미엄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

여기엔 같은 증권업계 공채 출신으로 비슷한 시기에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과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의 자존심 대결도 한몫하고 있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 1위 증권사는 KDB대우증권이다. 대우증권은 시가총액 4조9985억원, 삼성증권은 4조6243억원, NH투자증권은 3조756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시가총액만 놓고 볼 때 대우증권이 1위지만 이 기준만 놓고 국내 1위 증권사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보통 업계 순위를 매기는 기준으로 시가총액과 함께 총자산규모, 자기자본, 수익성을 함께 고려하기 때문이다.

총자산규모와 자기자본 규모를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총자산규모(2015년 3월 말 기준)는 NH투자증권 40조8266억원, 대우증권 34조2349억원, 삼성증권 28조1962억원 등으로 NH투자증권이 다른 증권사를 크게 앞선다.

자기자본 규모도 NH투자증권이 4조4212억원으로, 4조1979억원인 대우증권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NH투자증권이 CF 광고를 통해 '국내최대증권사'라고 강조하는 것도, 총자산 1위 자기자본 1위를 근거로 하고 있다.

업계 순위를 논할 때 빼놓은 수 없는 게 수익성 지표. 올해 1분기 실적면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낸 증권사는 대우증권이다.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대우증권이 142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한국투자증권 1236억원, NH투자증권 1233억원, 삼성증권 1120억원 , 현대증권 1044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치면서 자기자본 면에서 순위가 뒤집어졌지만 시가총액이나 순이익은 우리가 앞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은 시황에 따라 들쭉날쭉한 시가총액보다는 총자산으로 순위를 따지는게 일반적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입사 28년만에 CEO자리를 꿰찬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은 개인연금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수익률을 끌어 올리며 업계 1위자리 굳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1985년 LG증권으로 입사해 역시 올 1월 수장에 오른 김원규 사장은 국내 처음으로 헤지펀드 운용에 기반한 사업 다각화로 다양한 상품을 개발, 차별화 드라이브로 응수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시가총액에서는 대우증권이, 자기자본은 NH투자증권이 앞서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순이익 면에서는 삼성증권, 대우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어 누가 딱 잘라 1위라고 하기 보다는 4개사 모두 가시적 1위 후보군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자기자본이익률(ROE) 면에서는 국내 대형사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ROE는 투자된 자본 대비 순이익을 어느 정도 벌어들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ROE가 높다는 것은 효율적인 영업활동이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ROE가 7.0%(자기자본 3조2231억원, 순이익 2261억원)이었고, 삼성증권 ROE가 6.9%(자기자본 3조4268억원, 순이익 2366억원)로 다음으로 높았다.

업계 1위로 평가하긴 어렵지만 개인 주식시장 시장에서는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전체 증권사 위탁매매의 14%를 점유하고 있고, 미래에셋증권이 7% 수준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리지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가진 증권사는 특히 최근과 같은 활황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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