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유통업계가 올해 노동절에도 어김없이 10만명의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아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지난 4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1~3일 노동절 기간 동안 본점의 중국인 매출액(은련카드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중국인의 매출 구성비는 지난해 연간 기준보다 1%P 높은 18.2%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중국인 매출(은련카드 기준)은 전년 동기대비 59.8% 늘었다. 부문별로는 해외패션(82.1%)과 식품(76.5%)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유커들의 한국방문이 최근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은 물론 엔저등의 영향으로 일본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소비패턴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23일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낮아진 연령대와 환율 등의 영향으로 유커들이 과거와 달리 명품이 아닌 저렴한 화장품·패션 상품을 집중적으로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백화점·면세점들은 명품을 선호하는 유커의 발길을 되돌리고, 동시에 '유행'을 중시하는 젊은 유커들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짜내고 있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2주간 공개모집으로 선발해 초청한 웨이보(블로그)에 100만명 이상 폴로어를 거느리고 있는 소위 '한류 파워 블로거'들을 초청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번에 초청된 5인에게는 최고급 호텔에서 3박 4일간 제류중 숙박과 식사가 모두 공짜이고 초청기간 전체가 쇼핑(신세계 백화점과 명품관, 역시 신세계가 운영하는 청담동 명품 로드숍 등이 주요 코스)으로 채워졌고, 1인당 쇼핑 지원금도 300만 원이나 지원됐다.

그러나 이러한 유통업계의 노력만으로 중국인들의 발걸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유커 수는 해마다 급증하는 데 비해 한국 관광 질적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관광·쇼핑과 관련해 '유커' 시대가 열린 지 벌써 5년 정도 지났다. 지난해 600만명을 넘어선 유커 덕에 면세점·백화점 등은 '중국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중국인 재방문율은 2010년 37.9%에서 2013년 25.8%로 크게 떨어졌다.

이번 신세계에서 초청한 류쉐씨의 지적처럼 "한국 관광 자원이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남성들이 즐길 만한 것들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류쉐 씨는 "가족과 함께 오려고 해도 남편은 별로 한국에 오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여성들이 한국에 오는 이유는 쇼핑 때문인데 남성들은 쇼핑하는 동안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남성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건 찜질방 정도라고 이들은 설명한다.

이어 홍보 문제도 지적했다. 장씨는 "속초에 갔는데 정말 좋아서 중국으로 돌아가 친구들에게 추천했는데 어디인지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도 이 시점에서 되새김질 해봐야 할 것이다.

'폭풍우가 몰려올 때 담을 쌓는 사람이 있고 풍차를 짓는 사람이 있다'는 중국 속담처럼 이제는 한류바람에 의지하고 안이한 대처보다는 풍차를 짓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세계 백화점과 롯데 백화점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나 블로거에서 영향력이 큰 파워블로거들을 초청, 직접 백화점과 면세점 등을 둘러보게 하는 '팸투어'가 돋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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