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심석희(17·세화여고)가 15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은 8년 만의 우승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심석희는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18초966으로 2위를 차지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랭킹 1위의 심석희는 생애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거머쥐며 명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저우양(23·중국)에게 막판 역전을 허용해 금메달 획득은 다음으로 미뤘다.

심석희와 김아랑(19·전주 제일고)을 결승에 올린 한국은 초반부터 승부를 걸었다. 4위로 출발한 심석희는 10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올라서며 레이스를 주도했다.

치열한 자리싸움은 김아랑 등 3명의 선수가 넘어지면서 심석희-저우양-아리안나 폰타나(24·이탈리아)의 3파전으로 재편됐다. 심석희는 잠시 저우양에게 1위 자리를 빼앗겼지만 6바퀴를 앞두고 재차 선두로 도약, 금메달 전망을 밝혔다.

결승선을 2바퀴 남길 때까지 1위를 고수하던 심석희는 저우양의 거센 추격에 잠시 주춤했다. 저우양은 잠깐의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저우양은 마지막 바퀴에 돌입하기 직전 인코스를 노려 순식간에 심석희를 제쳤다.

선두 자리를 내준 심석희는 곧바로 추격에 나섰지만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저우양은 2010년 밴쿠버 대회에 이어 2연패에 성공했다. 최종 기록은 2분19초140이다. 레이스 내내 심석희에게 밀려 있던 저우양은 노련한 인코스 파고들기로 메달 색깔을 바꿨다. 중국은 500m 리지안주(28·중국)에 이어 저우양까지 금메달을 가져가며 강세를 이어갔다.

폰타나는 2분19초416으로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5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폰타나는 이번 대회 두 번째 메달을 획득했다.

신다운(21·서울시청)은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4위로 골인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실격 처리돼 첫 메달의 꿈을 날렸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결승 무대를 밟은 신다운은 줄곧 하위권에 머물다가 5바퀴를 남기고 4위까지 올랐지만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했다.

신다운은 경기 후 상대 선수의 레이스를 방해했다는 심판진의 최종 판정으로 기록조차 공인받지 못했다.

빅토르 안은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빅토르 안은 1분25초325의 가장 빠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던 빅토르 안은 8년 만에 러시아 국적으로 또 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했다. 빅토르 안은 러시아 최초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특히 이날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운석 금메달'을 챙기면서 의미가 더했다.

줄곧 2위를 달리던 빅토르 안은 3바퀴를 남겨두고 1위로 올라섰다. 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32·러시아)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업은 빅토르 안은 별다른 위기 없이 레이스를 마무리하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안현수와 호흡을 맞춘 그리고레프가 1분25초399로 2위를 기록했고 1분25초611의 싱키 크네흐트(25·네덜란드)가 3위에 올랐다.

신미성(36)·김지선(27)·이슬비(26)·김은지(24)·엄민지(23·이상 경기도청)로 구성된 여자컬링대표팀은 영국과의 예선 6차전에서 8-10으로 역전패했다.

여자컬링대표팀은 전날 중국에 패한데 이어 2연패를 당해 2승4패로 4강 진출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 덴마크·미국·캐나다와의 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일본(2승4패)과 함께 공동 7위다.

10개 팀이 예선을 치르고 여기서 상위 4개 팀이 4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서 4강 진출권은 6승3패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스켈레톤에 혜성처럼 나타난 '기대주' 윤성빈(20·한국체대)은 1~4차 레이스 합계 3분49초57을 기록, 16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 스켈레톤 사상 가장 높은 올림픽 순위다.

이전까지 한국 스켈레톤이 올림픽에서 낸 가장 좋은 성적은 강광배 현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이 2002솔트레이크시티대회에서 세운 20위다.

윤성빈은 밴쿠버 대회에서 봅슬레이대표팀이 4인승에서 기록한 19위를 넘어 한국 썰매 종목 올림픽 최고 성적까지 갈아 치웠다.

윤성빈은 3차 레이스에서 57초90으로 아쉬운 기록을 내는 바람에 순위가 떨어졌다. 그러나 윤성빈은 4차 레이스에서 57초11의 무난한 기록으로 상위권에 자리 잡는데 성공했다.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평범한 고교생이던 윤성빈은 2012년 스켈레톤에 입문했다. 3개월 만에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윤성빈은 스켈레톤 입문 1년 반만인 지난해 12월 대륙간컵에서 은메달을 수확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자랑했다.

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에 출격 예정이던 김소희(18·상지대관령고)는 훈련 도중 넘어져 뇌진탕 증세를 호소, 경기 출전이 무산됐다.

다행히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상태가 호전될 경우 대회전(18일)과 회전(21일)에 정상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최흥철(33)·최서우(32·이상 하이원리조트)는 스키점프 라지힐(K-125) 최종결선 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122.0m를 도약한 최서우는 거리점수 54.6점과 자세점수 51.0점 그리고 바람에 따른 가점 0.8점을 더해 종합점수 106.4점을 받았으나 39위로 결선 티켓을 확보하지 못했다.

121.5m를 활강한 최흥철은 거리점수 53.7점과 자세점수 50.5점을 받았으나 바람에 따른 점수에서 무려 5.2점이 깎이면서 99.0점(44위)에 그쳤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 나선 주형준(23·한국체대)은 1분48초59로 40명 중 29위에 올랐다. 비록 상위권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4년 뒤 평창대회 전망을 밝혔다.

한편 남자 1500m에서는 1000분의 3초 차이로 1,2위가 결정됐다. 즈비그니에프 브로드카(30·폴란드)는 1분45초0006으로 코헨 페르베이(24·네덜란드)를 0.003초 차이로 제쳤다. 심판진은 두 선수 기록이 100분의 1초까지 동일하자 사진 판독을 통해 브로드카의 손을 들어줬다.

'흑색탄환' 샤니 데이비스(32·미국)는 1분45초98로 11위에 그쳤다. 데이비스를 비롯한 미국 선수단은 "신형 유니폼이 기록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구형 유니폼을 입고 나왔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카밀 스토흐(27·폴란드)는 287.7점을 얻어 스키점프 라지힐에서 정상에 등극했다. 스토흐는 지난 9일 노멀힐 개인전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역대 최다인 7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은 일본 스키점프의 '살아있는 전설' 가사이 노리아키(42)는 베테랑의 힘을 뽐내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가사히는 277.4점으로 생애 첫 금메달을 수확하는 듯 했지만 마지막으로 점프대에 선 스토흐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한편 심석희의 은메달을 보탠 한국은 금·은·동 1개씩으로 16위에 자리했다. 독일이 금 7·은 3·동 2개로 1위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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