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희 시사플러스 회장
국민소득도 증가하고 경제도 지표상으로는 분명히 발전됐는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힘들고,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취직이 되지 않아 울상이다. 왜 그럴까?

자영업자가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가 금융실명제 실시와 전산화, 신용카드사용이 일반화 되면서 자영업자와 영세기업이 절세도 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세금을 더 많이 납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이 세금때문에 못살겠다고 한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기 이전엔 자영업자들이 세무신고를 정확히 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좋은 말로하면 절세요, 나쁜 말로는 탈세다. 세무서에서 인정과세를 했다. 탈세에 대비, 국세청에서는 세원을 실제 징수액보다 몇 배 더 확대해 놓았다. 어느 정도의 탈세를 인정한 것이다.

가끔 표본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 실태를 파악하여 세금징수 강화여부를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미운 기업 세무조사로 손을 보기도 했다. 세무조사가 기업 길들이는 보검처럼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요즘엔 세무서에서 인정과세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금융실명제와 전산화. 신용카드가 기업의 수입을 투명하게 가르쳐 준다. 오히려 자영업자가 통장에 입금된 돈이 실제 수입이 아니라고 스스로 해명해야 될 판이다.

세무사가 직업으로 자리잡는 계기를 만들었다. 국세청에 근무하는 사람만 신이 났다. 손쉽게 세금을 걷을 수 있고, 퇴직후엔 세무사란 직업이 보장돼있으니 말이다.

금융실명제의 원조인 미국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배타적이다. 기존의 시민, 기득권자들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 이민 온 영세한 사람들을 자립하도록 봐주지 않고 오히려 똑같이 세금을 징수키 위해 금융실명제를 도입했다.

우리는 금융실명제 도입배경이 다르다. 공직자의 부패를 막기 위해 금융실명제를 도입했다. 결국 부패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자영업자와 영세기업이 세금을 투명하게 납부하게만 만들었다.

미국은 팁 문화가 일반화 돼있다. 봉사료의 10%정도는 팁을 주는 것이 관례처럼 돼있다. 여기엔 세금이 없다. 자영업자들에게 10%의 절세 융통성을 준 것이다. 우리는 그게 없다. 자연히 자영업자들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과거엔 절세(?)하던 것을 정확히 납부하게 됐다. 그러면 국세청에서 세율을 낮춰줘야 하는데 그 것도 없다.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도 없다. 경제가 어렵다고 불평만 한다.

청년들이 취직이 어려운 것도 미국의 남녀평등 개념을 오인(誤認)한 것도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 미국은 남녀평등 때문에 여자가 취업한 것이 아니다. 남자 혼자 벌어선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력이 넉넉한 상층부 사람들은 여자가 취업을 하지 않는다. 가정주부(House keeping)역할만 한다.

 우리는 이를 남녀평등으로 오인하고 경제력이 넉넉한 집안의 여성도 취업을 한다. 남녀모두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하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고 일자리가 그에 비례하여 두 배로 늘은 것도 아니다. 결국 일자리는 한정돼있는데 경쟁률이 두 배로 늘은 셈이다. 구조적으로 취직이 과거보다 두 배 더 힘이 들게 됐다.

이제 신세대는 남녀 모두 취업을 하지 않곤 살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남자가 결혼할 때 여성의 취업여부가 주요조건중의 하나다. 역할분담을 하면 될 걸 똑같은 역할을 같이 하게 됐다. 여성들의 신역이 고달파졌다. 아이의 양육이 새로운 사회문제가 됐다. 출산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어려우면 왜 어려운지, 그 이유는 정확히 알아야 한다.

선진국의 문화나 시스템을 도입할 때는 그 탄생 배경부터 정확히 알고 도입해야 한다. 남이 장에 간다고 무턱대고 따라 나설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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