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지난 4일 엘리엇펀드의 전격 기습으로 시작된 양측의 대결은 충격을 추스린 삼성이 전열을 정비하고 반격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다.

10일 삼성은 KCC와 손을 잡고 엘리엇에 결정타를 날렸다. 삼성물산의 자사주 5.8%를 삼성과 우호 관계에 있는 기업인 KCC에 넘겨 의결권을 갖게 만든 것이다.

삼성물산은 이날 "오늘 이사회를 열고 회사가 갖고 있는 보통주 자기주식 899만주(5.76%)를 11일 KCC에 전량 처분하기로 결의했다"며 "처분가액은 오늘 종가 기준인 6743억원"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현재 추진 중인 제일모직과의 원활한 합병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최근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반대를 공식화한 가운데 매각대금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시 매입자금으로 사용하겠다는 취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마무리하기 위해 우호지분을 확보하면서 투자 자금을 마련해 당초 합병 취지인 사업 다각화 및 시너지 제고를 가속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합병을 차질없이 마무리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지금까지 엘리엇에 밀리던 표 대결 양상을 단번에 역전시키는 결정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자사주는 삼성물산이 갖고 있으면 주총 등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만 다른 곳에 매각하면 의결권이 형성된다. KCC는 과거에도 삼성에버랜드 지분 문제 등에 있어 삼성의 편을 들었던 우호세력이다.

결국 사실상 삼성 지분이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삼성은 엘리엇의 합병 반대를 뚫고 임시주총에서 원안대로 합병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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