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김흥국 하림 회장의 행보가 거침없다

병아리 10마리에서 시작한 닭고기 가공업체 하림이 재벌그룹 도약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안갯속에 빠졌던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내년 대기업 반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2일 하림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팬오션 관계인 집회에서 "팬오션의 1.25대 1의 주식 감자안을 포함한 변경회생계획안은 채권단 87%, 주주 61.6%의 동의를 얻어 가결됐다"고 밝혔다.

하림 인수를 전제로 마련된 회생안이 통과됨에 따라 하림의 팬오션 인수가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팬오션 주주총회, 이사진 구성 등을 거쳐 오는 8월이면 인수 절차가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소액주주들의 감자안 반발로 통과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실제로는 주주 2분의 1이상(가결 요건)이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우정사업본부 등이 참여한 채권단의 3분의 2이상(가결요건)도 동의했다.

하림은 이번 팬오션을 인수에 성공하면서 내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에 편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림의 현재 자산총액은 4조8000억원이다. 팬오션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부채 3조444억원, 자본 1조3950억원 등 총 4조4394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다. 팬오션을 인수하면 하림 자산 규모는 9조원을 웃돌게 된다.

공정위는 매년 4월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을 새로 지정해 발표한다.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되면 계열사 간 상호출자와 신규 순환출자, 채무보증 등이 금지되고 공시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으로서 공식 인정을 받게 된다.

하림 지배구조 최정점에는 제일홀딩스라는 비상장사가 있다. 제일홀딩스가 지주회사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하림홀딩스 지분 68.09%를 가지고 있다. 김 회장은 제일홀딩스 지분을 7%가량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가 거느린 국내 계열사만 65개에 이른다. 이 중 하림홀딩스와 닭 가공업체인 하림, 양돈 전문업체인 팜스코와 선진, 홈쇼핑업체인 NS쇼핑 등 5개사가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다.

하림은 국내 민간기업 중 사료곡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다. 팬오션을 인수하고 한국의 카길(세계 1위 곡물 메이저 업체)이 되겠다는 게 김 회장의 포부다.

하림 관계자는 "축산업에 필요한 옥수수, 대두박 등 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곡물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 인프라를 갖춘 팬오션을 인수로 운송비용을 절감하고, 유통망을 안정화할 것"이라며 "한국은 세계 6∼7위 수준의 곡물 수입국이지만 곡물 조달의 전 과정을 국제 곡물 대형사들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곡물유통사업진출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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