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의 치명률이 17일 기준으로 11.7%까지 높아졌다.

향후 메르스 환자 발생추이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상황으로만 보면 메르스 발생초기 치명률이 10% 이하를 밑돌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측을 비켜갔다. 이날 보건당국이 관찰 중인 메르스 격리 대상자가 6500여 명으로 늘었다. 하루 새 1368명 불어났다.

이러한 가운데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로 인해 휴업했다 재개한 학교를 방문해 메르스를 독감 정도로 치부한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독감이 매년 유행하고, 이번에는 또 ‘중동식 독감’이 들어와서 난리를 겪고 있는데, 손 씻기라든가 몇 가지 건강한 습관만 잘 실천하면 메르스 같은 것은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물론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이 어린이들에게 메르스 공포감을 덜어주기 위해 현 상황을 단순하게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박 대통령이 본인 말처럼 실제로 ‘(메르스가) 올 수도 있고’라는 식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본다면, 메르스 초동대응에 실패한 정부 책임을 스스로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사망자 증가 등 메르스로 인한 혼란이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작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해야할 국정의 책임자가 할 말은 결코 아니다.

지난 10일 박 대통령은 ‘중대한 결심’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메르스 사태를 극복하는데 온 국력을 모으기’ 위해 방미를 연기했다.

앞서 세월호 참사가 터진 뒤인 지난해 5월에는 중동국가들을 순방하려던 계획을 축소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1박2일 방문으로 조정한 바 있었다

국내 사정으로 일정을 전면 취소한 적은 없던 박 대통령이 메르스 확산 사태가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릴만큼 중대한 위기로 본 것에 많은 국민이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지금,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메르스는 중동 발 감기“라는 말 이외에 말이다.

지원 사격하듯 방역당국 관계자는 "국내 메르스 환자의 치명률도 중동과 마찬가지로 기저질환자이나 고령 등의 고위험군에서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폐렴구군에 의한 폐렴 사망률이 5~7%인 점을 고려할 때 10% 안팎으로 치명률이 높아지더라도 크게 우려할 만은 수준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바로 지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메르스 공포 현장’을 수습하는 일이다. 또한 한 대학병원 방역내과 교수의 이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생각할 때가 아니다. 현재 치료 중인 환자의 위험을 사실대로 알리고 국민의 협조를 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위기소통의 원칙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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