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주변 풍경은 불과 한달전과는 사뭇 달랐다. 주말임에도 눈에 띄게 한산했다.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던 사거리 도로가 텅 비었다. 평소 택시정류장, 버스정류장 등을 점령하던 전세버스들이 사라졌다. 2~3시간씩 동대문에서 쇼핑을 즐기던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F) 옆에 마련된 무료 주차장에도 주차된 관광버스는 고작 2대뿐이었다. 1시간이 지나도록 버스 수는 늘지 않았다.

인근 노점상 A씨는 "평소 20대가 넘는 전세버스들이 일렬로 서 있던 도로다. 경찰들이 하루 5~6번씩 주차 단속을 나왔다. 그러나 메르스가 퍼진 뒤부터는 무료 주차 공간에도 버스가 없다"며 "갈수록 관광객이 줄어드는 분위기다. 오늘은 유달리 없다"고 말했다.

제일평화시장도 이날은 초입 부분부터 한산했다. 오후 2~3시면 한창 관광객들로 붐빌 시간이다.

"힘들어 죽겠다. 여름 장사 다 망쳤다."

30년 동안 제일평화시장에서 가방을 판매해온 노점상 김모(60·여)씨는 "매출 70%를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뚝 끊겼다. 동대문은 관광객 장사라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에는 그래도 버틸 수 있었다. 올해는 불황에 메르스까지 겹쳐 버티기 힘들 정도"라며 "하루에 옷을 수백 장 팔던 점포가 30장 팔기도 힘들다고 한탄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가 상인들도 울상이다. 모 패션 상가 점포에서 옷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A씨는 지난주부터 의류 제작 주문을 중단했다.

A씨는 "상가 상인들은 매일 출근하지 않으면 상가에 벌금을 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출근하지만, 관리비도 내기 힘든 상태"라며 "새벽 5시까지 문 열던 점포들이 요즘은 저녁 8시면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상인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내국인들도 줄어들고 있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소매 상인 고객들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경기가 안 좋다 해도 여름 성수기면 나아질까 기대했더니 더 나빠졌다. 이러다 경제 큰일 난다"고 말했다.

길 건너 종합쇼핑몰 매장들도 적적했다.

한 가게 직원은 "중국 관광객에 이어 일본 관광객까지 줄었다"며 "여름 성수기에 70% 가까이 매출이 떨어져 근심이 크다"고 밝혔다.

2주에 한 번꼴로 동대문 쇼핑몰을 방문하는 최주연(49·여)씨는 "2주 전보다 사람들이 절반 이상 줄었다. 다니기 편해졌다고 느낄 정도"라며 "상인들이 만원에 팔던 옷을 3000원에 팔아도 손님이 없으니 소용 없다고 한탄하더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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