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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표절 파문 '후폭풍'..."대책마련 한다는데.."
김승혜 기자  |  sh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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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26  16: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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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절 논란 신경숙 씨 작품
[김승혜 기자]"'문학권력'화 된 출판사들의 상업주의·한국문단 폐쇄성과 영혼없는 '주례사 비평'이 신경숙 표절 낳았다"

신경숙(52·사진)의 표절 파문으로 문학·출판계가 거대한 후폭풍에 휩싸였다..

한국문단의 폐쇄성·권력화, 거대 출판권력의 '침묵의 카르텔' 등의 어두운 민낯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조롱과 비난이 쏟아졌고, 세계 각국 언론들이 신경숙의 표절 의혹을 앞다퉈 보도해 '국제적 망신'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문학 표절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간 문학계에서는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현행 저작권법에도 시와 소설, 수필 등 문학작품에 대한 표절 판단 기준이 없다.

창작의 자유를 위해 표절 여부를 작가 개인의 양심에 맡겨왔다. 남의 글을 베끼지 않는 것이 글 쓰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윤리이자 상식이고,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도덕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문학과 같은 순수예술에는 학술논문처럼 표절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을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시각도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신경숙 표절 파문으로 최소한의 문학 표절 가이드라인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관련 협회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이하 문예협)는 한국문인협회와 출판사 등 관련 단체와 연계해 문학 표절 기준 마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문예협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저작권 신탁 허가를 받아 국내 유일의 문학 등 어문저작권을 집중 관리하는 단체다.

협회 측은 "표절을 저작권 침해와 혼동하는 사례가 있지만 저작권 침해는 법적 문제고 표절은 윤리적 문제다"며 "표절로 저작권을 침해했는지는 작가가 원저작물을 봤다는 의거성과 두 작품의 실질적 유사성을 기준으로 상황에 따라 달리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최소한의 문학 표절 기준을 제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문인협회는 표절 문제를 다룰 상설 기구로 '문학표절문제연구소'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문인협회는 시와 소설 등 문학장르를 총망라해 1만2000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국내 최대 문학인 모임이다.

협회는 강희근 시인을 소장으로 하는 연구소에서 표절의 장르별 기준을 정하고, 처벌에 관해 심의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소에서 표절로 확정된 작품은 '표절기록부'에 등재해 영구 보관·관리하는 것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표절 논란은 문학계 바깥으로 번졌다. 고려대 교수를 지낸 현택수(57)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지난 18일 신경숙을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다음날 서울중앙지검은 지식재산권 문화 관련 사건 전담부서인 형사6부(정승면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현 원장은 고발장을 통해 "신씨가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의 소설 '생의 한가운데'의 일부를 표절한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저술해 출판하게 했다"며 "출판사를 속여 출판 업무를 방해하고 인세 등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현 원장은 신씨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또한 '생의 한가운데'를 일부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일부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휘말린 단편소설 '전설'을 담은 신씨의 소설집 '오래전 집을 떠날때'와 '감자를 먹는 사람들'도 문제 삼았다.

검찰은 고발 내용을 살펴보고 법리 검토, 고발인 조사 등을 거쳐 신작가를 상대로 본격 조사를 벌일지 결정할 방침이다. 이후 검찰이 신작가를 기소해야만 표절의 진위 여부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기소 여부는 검찰의 독점적인 권한으로,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 이상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신경숙 모호한 해명에 비난 여론 '폭발'…문학동네, 평론가들에 좌담 제안

이번 사건은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45)이 지난 16일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를 통해 신경숙의 단편소설 '전설'(1996)의 한 대목이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1983)의 일부를 표절했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신경숙은 지난 17일 창작과비평 출판사에 보낸 메일을 통해 "오래 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며 일본 작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후 침묵하던 신경숙은 엿새만에 다시 입을 열었다. 지난 23일자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과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과 여러 차례 대조해 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표절 의혹을 단호히 부인했던 기존 입장을 바꿨다.

우국은 알지 못하다던 자신의 발언에 대해선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이 문제를 제기한 문학인을 비롯해 제 주변의 모든 분들, 무엇보다 제 소설을 읽었던 많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모든 게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제 탓"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작가가 표절 사실을 명백히 인정한 것이 아니라 '표절이란 문제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애매한 해명을 내놓아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확산됐다. 신작가를 둘러싼 폭로성 지적들이 잇따르면서 한국 문단과 출판계 전반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신작가의 주요 작품을 출간해온 창작과비평(창비), 문학동네(문동), 문학과지성(문지)이 한국 문학에 작동하는 '문학권력'으로 지목됐다. 이들 출판사들의 폐쇄된 권력구조와 상업주의, 문단 내 형성된 '침묵의 카르텔', 평론가들의 영혼없는 '주례사 비평' 등이 신 작가를 둘러싼 표절 논란을 무마하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입장 표명 요구도 거세졌다.

문학동네는 '문학권력'의 문제를 제기한 평론가에게 좌담회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문학동네는 지난 25일 자사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지난 일주일간 문학동네에 고언을 아끼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학동네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언론을 통해 문학동네가 경청해야 할 말씀을 들려주신 권성우, 김명인, 오길영, 이명원, 조영일 이상 다섯 분께 저희가 마련한 좌담의 장에 참석해 주실 것을 청한다"며 "이 좌담에서는 소위 '문학권력'에 실체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또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참석하신 분들이 제기하는 그 밖의 모든 사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허심탄회하게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학동네는 공개 초대 형식을 취한 이유에 대해 "이후 모든 과정을 독자 여러분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좌담회는 비공개로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계간 '문학동네' 가을호와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를 통해 좌담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평론가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좌담회를 열자고 제안해 문학동네의 입장이 다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참석자 역시 몇 명이 될지 미지수다. 문학동네가 거론한 평론가 5명은 발표가 있기 직전에야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일방적 통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소설가 김남일(58)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창비의 지난번 문건처럼 뒤늦게 나온 문학동네의 이번 제안도 굉장히 오만하다고 생각한다"며 "자기들이 무척 아량이 넓은 사람처럼 말하지만, 우선 진지한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토론회는 그런 다음인데, 그 구성 자체도 이번 일로 가장 많이 거론된 사람들로만 정하는 오만함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되었는가"라며 "물론 나는 '문학동네'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껏 보여준 태도는 우리를 다시 실망시킬 가능성이 짙다. 초대받은 내 벗들이 문학동네의 제안을 참으로 진지하게 검토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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