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정상회담 마치고 회담장 나서는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일단 단기 충격은 불가피, 그러나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 최악 상황 없으면 영향은 제한적일 수도 있다"
"그리스와 경제교류 적고, 우리 은행들의 그리스 익스포저(위험노출 채권액)3억2000만 달러로 미미한 상황이다. 현재 주식시장 단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지만 중국의 금리인하가 상쇄할 가능성도 공존하고 있다."

현재 국내 전문가들이 내놓고 있는 그리스발 디폴트에 대한 의견이다.

이러한 가운데 그리스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당장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마무리 하지 않고 협상안을 내달 5일 국민투표에 부쳤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국민투표를 마칠 때까지 구제금융을 연장해 달라는 그리스의 요구를 거절한 상태다.

그리스가 30일까지 갚야할 17억 달러를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하지 않으면 디폴트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더라도 우리와 경제 교류가 많지 않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물론 현재 사태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리스 사태가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더 악화할 경우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으로 이어져 유로존을 뒤흔들 경우 우리에게 미치는 파장은 예상보다 훨씬 심대하고 영향도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그리스 직접수출 비중은 0.18%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대 그리스 익스포저(위험노출 채권액)도 전체 대출액의 0.25%인 3억2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익스포저는 지난 2009년 9월 3억8000만달러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다.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연구분석실 유럽팀장은 "우리나라는 그리스와 교류액이 많지 않아 영향이 미미하다"면서 "처음에는 부정적 영향이 있겠지만 영향이 장기화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의 대내외적인 리스크 요인을 보면 메르스 사태와 그리스 채무 협상, FED 금리인상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변동"이라고 꼽으면서도 "그리스 사태에 따른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경우 우리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이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15년 6월 현재 유럽 은행들의 그리스 부채 보유액은 53억 유로에 불과하다. 지난 2011년 763억 유로였던 것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NH투자증권 구자원 연구원은 "그리스 문제가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2011년과 2012년 위기 때보다 확실히 감소했다"면서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더라도 과거처럼 유로존 은행들이 연달아 위험에 처하는 상황은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식시장은 단기 충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그리스 협상의 타결 가능성을 높게 점쳐온 만큼 실망감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물론 주식시장은 수차례 디폴트 가능성으로 민감도가 떨어져 큰 충격에 빠지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한 중국이 주말에 기습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이 그리스 충격을 완화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팀장은 "국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주말에 중국에 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에 그리스 악재 영향이 상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엑소더스'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준표 연구위원은 "그리스에서 디폴트가 발생하고 그렉시트 우려가 확산되더라도 한국내 외국인 자금의 유출은 재정위기 당시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 주요국 은행권의 대한국 익스포저도 2011년 2분기 1675억2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4분기 1174억4000만 달러로 줄었다"고 말했다.

우리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 금융시장의 자금 유출입에 대한 동향과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진다면 국내 시장의 단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은행권의 외환 수급 상황이나 외환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이 높지만 아예 뒤집어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투표에서 구제금융을 5개월 연장하는 협상안이 통과되면 채권단이 이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 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KDB대우증권 안병국 리서치센터장은 "그리스 문제가 극적으로 해결된다면 오히려 주식시장에 단기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