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시장거래는 좀더 나은 조건 제시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구조다"

채권 파킹및 금품수수, 가격 담합 사례가 최근들어 수면 위로 오르면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금투업계는 8일 여의도서 고객 신뢰 회복 자정결의대회 열기로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수년간 불법 채권 거래(채권 파킹)에 관여하고, 이 과정에서 여행 경비를 받아 공짜 여행을 한 은행과 보험, 증권, 자산운용사 등 펀드매니저 103명과 증권사 12곳 임직원 45명을 적발했다고 지난달 17일 발표했다.

채권 거래를 둘러싼 검은 공생 관계가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1000만원 이상을 받아 챙긴 박모(45)씨 등 펀드매니저 10명, 김모(43)씨 등 증권사 임직원 10명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수재 및 증재 혐의로 기소하고 나머지 99명은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

당시 검찰은 맥쿼리자산운용의 불법 채권 거래에 관여한 증권사 7곳 채권중개인 가운데 전(前) 아이엠투자증권과 키움증권, KTB투자증권, HMC투자증권, 현대증권, 신영증권, 동부증권 등 증권사 임직원 6명을 기소했다. 현대증권 임직원은 금액이 적고 수동적으로 가담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됐다.

채권 파킹거래는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가 사들인 채권을 장부에 적지 않고 중개업자인 증권사에 잠시 맡기는 것을 말한다. 이 기간 동안 추가 이익 또는 추가손실이 발생한다. 투자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임의로 이뤄지기에 불법이다. 이 과정에서 해외 골프접대 및 향응, 금품수수도 오간다.

물론 채권 거래를 둘러싼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난 건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2일 서울남부지법은 소액채권 가격을 담합해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증권사 6곳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KDB대우증권과 유안타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에 대해 각각 벌금 5000만원, 삼성증권에는 3000만원을 부과했다.

▲ 검찰, 불법 채권거래 혐의 증권사 압수수색
이들은 국민이 부동산을 매입할 때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국민주택채권 등에 대해서도 가격을 담합 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증권사 20곳을 적발해 지난 2012년 11월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한 증권사 6곳을 고발 조치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채권 거래 과정에서 좀 더 나은 조건에서 거래하기 위해 합의를 하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결탁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 왔다"며 "장외 시장에서 거래된다는 점에서 채권 거래 과정에서 부정한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불법 채권거래와 향응 등에 대해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특히 파킹 거래에 대해서는 중점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한편 제도 개선도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검찰에 적발돼 통보된 99명 가운데 펀드매니저 등 향응을 제공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을 거친 뒤 개인 차원의 행정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이들은 행위의 정도와 수준에 따라 신분상 조치인 주의, 견책, 감봉, 정직 등을 받게 된다.

향응을 제공한 쪽에 대해서는 소속 증권사에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고 조사가 조만간 진행된다. 금감원은 해당 증권사의 내부통제 등에 문제가 있다면 기관 차원에서도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검찰로부터 명단을 받은 상태로 조만간 서면 검사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윤리의식이 결여돼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로 당국의 단속 수위가 높아지며 기관투자자와의 거래에도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위탁기관이나 증권사 선정 과정에 불공정 거래 정황이 나온 경우 거래제한 등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민연금은 조사기관과 감독기관의 소명이 나오게 되면 내부적으로 사안의 경중, 귀책 당사자 등을 고려해 기관경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사안이 있으면 한동안 거래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며 "피해 액수가 기준이라기 보다는 사안을 계량화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어 기관경고나 조치 등을 내부 검토해 결정하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는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자정 의지를 표명하는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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