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이재용 부회장이 엘리엇 공세 이후 '첫 행보'를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합병 반대 공세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 투자가를 직접 만났다.

오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안건을 처리하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장기투자 성향인 외국인 투자자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박유경 네덜란드연기금 자산운용사(APG)의 이사를 만나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박 이사는 이 부회장과 만난 직후 최치훈 삼성물산(건설 부문) 사장과 김신 삼성물산(상사부문) 사장, 삼성 미래전략실의 고위임원들을 만났다.

네덜란드연기금은 삼성물산 지분 0.3%(1월 기준) 보유하고 있다. 박 이사는 자산규모 500조원으로 세계 3위인 네덜란드연기금의 아시아지역 지속가능성 및 지배구조 담당 책임자다.

박 이사는 홍콩에 아시아 본부를 둔 장기투자 성향의 외국인 투자자 30여 곳의 뜻을 반영해 삼성과의 대화 창구 역할을 했다. 그는 삼성물산의 합병이 주주들의 이익을 해치기 때문에 반대하지만 엘리엇과 직접 행동을 같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박 이사는 이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 논란을 계기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회사와 주주들이 같이 발전할 방안과 재벌 3세 경영으로 전환하는 현시점에서 새로운 경영을 시작할 수 있는 다양한 해외 사례를 공유했다.

삼성은 주총 이후 삼성의 시장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시함으로써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맞는 지배구조를 갖추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국민연금은 이날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투자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취소됐다.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를 열고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해 찬반을 직접 결정할지 또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위임할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 일정을 변경키로 함에 따라 삼성물산 합병건에 대한 최종 결정은 다음 주로 넘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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