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지난 2011년 한해를 정리하는 '올해의 사자성어'에 '엄이도종'이라는 고사성어가 선정됐다.

掩耳盜鐘(엄이도종)은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으로 내 귀를 막고 나쁜 일을 하니 남도 못 들을 것이라 착각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나 얕은 수로 남을 속이려 하는 것을 일컫는다.

엄이도종의 유래를 살펴보면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 범무자의 후손이 다스리던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했다. 그때 백성 중 한 명이 종을 짊어지고 도망가려 했으나 종이 크고 무거웠다. 망치로 깨서 가져가려고 종을 치니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그 백성은 다른 사람이 종소리를 듣고 와서 종을 빼앗아갈까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고 종을 깼다데서 유래된 말이다

최근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권역별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 연동제의 도입과 석패율제의 도입 등을 당론으로 도입할 것을 촉구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역구 의원 대 비례대표 의원의 비율을 2:1로 하자는 권고안에 입각한다는 전제하에 현행 지역구 의원 246명을 유지하려면 국회의원 총 정원이 369명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회 총예산 동결을 전제로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보다 확대할 것을 촉구하며 369명 안을 예시하는 5차 혁신안이 발표되자 정수를 확대하고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선거제도 개혁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며 호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엄이도종'의 작태가 4년 만에 ‘혁신’이라는 미명아래 재발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나라의 대다수 국민들은 국회의원 300명도 많다고 생각한다. 아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100명이 적당하다는 국민정서도 적지 않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 세비 삭감을 전제로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전체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응답이 57.6%로 나타났다. 찬성입장을 밝힌 응답자는 27.3%에 그쳤다.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세비를 삭감한다 하더라도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데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문재인 대표는 국정원 해킹 의혹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원정수 확대라는 '휘발성'이 높은 의제가 심도있게 내부 논의을 거치지 않은 채 나온 것에 내심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를 보는 언론은 혁신안을 둘러싼 갈등 수습과 투톱간 의견 대립을 조율하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국주도권을 탈환해 수권정당으로서 결속을 강화하기보다는 내분 수습에 당력을 허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왜 국민정서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걸까

'상석하대 (上石下臺)'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는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고 다시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막는다.’는 말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꿰매는 식의 임시변통, 즉 둘러댄다는 것으로 지금의 새정치연합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엄이도종'

지금 야당은 국민이 보고 있음을 잊고 입으로는 국민을 말하지만 가슴에는 국민이 없는 ‘헌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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