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네상스 소사이어티'
르네상스 소사이어티 (롤프 옌센·미카 알토넨 지음 / 36.5 펴냄)

‘중진국의 덫’이란 말이 있다. 개도국을 벗어나 선진국의 문턱에 서면 구조적으로 성장률이 둔화된다는 말이다. 잘살게 된다는 건 곧 고성장의 달콤했던 기억을 잊고 저성장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 서유럽, 일본 등 우리보다 앞서간 나라들이 저성장에 빠져 들었다. 한국도 그 길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중국 등 개도국들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는 것과 대비된다. 그렇다면 선진국 문턱에 선 우리에게도 저성장은 숙명인 걸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장된 현재’의 원칙을 필요로 한다. 즉, 현재를 10년이나 15년 뒤로 가정하는 것이다. 당장 내일의 기온을 맞히는 것은 어렵지만, 2020년의 2월의 평균 기온을 맞힐 확률이 높은 것과 같은 원리다. 저성장의 덫에 빠진 한국경제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연장된 현재’의 관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개도국은 고성장, 선진국은 저성장’이란 오랜 통념에 반기를 드는 주장이 나왔다. 덴마크의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롤프 옌센 기업 드림컴퍼니 최고상상력책임자가 주인공이다. 옌센과 그의 동료 미카 알토넨 경제학 박사는 ‘르네상스 소사이어티’에서 선진국의 낮은 성장률은 산업혁명 시기의 패러다임에 사로잡힌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늙은 대륙 유럽도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보다 높은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옌센은 18세기 산업혁명이 낳은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가 이제 선진국에서 수명을 다했다고 진단한다. 선진국의 소비자들은 단순히 품질만 좋은 제품에서 남과는 다른 나만의 제품으로 선호를 바꾸기 시작했다. ‘르네상스 소사이어티’는 그 징후로 3D프린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크라우드펀딩 등을 꼽는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동승한다면 지금의 선진국도 개도국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가 다시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미래 사회의 성장동력은 대중이 아닌 개인에게서 나온다는 주장이다. 수백년 전 유럽의 르네상스가 신이 주체이던 사회에서 인간이 주체인 사회로의 전진을 의미했다면 지금의 르네상스는 대중이 주체인 사회에서 개인이 주체인 사회로의 전진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상상력이 기술, 문화, 산업과 만나 새로운 성장엔진을 창출한다. ‘1인시장 1인경제’라의 새로운 세상이 곧 도래하리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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