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은 ‘걸스데이’를 필두로 섹시 걸그룹들이 휩쓸고 갔다. 그 열기가 채 식기도 전인 2월은 여성 솔로가수들이 장식하고 있다. 그룹 ‘브라운 아이드 걸스’ 멤버 가인(26), 그룹 ‘원더걸스’ 출신 선미(22), 가수 박지윤(32)이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걸그룹의 미래다. 생존 경쟁이 치열한 가요 생태계에서 아이돌로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이후 짧게는 7년, 길게는 20년을 이곳에 몸담으며 살아남은 이들이다. 그만큼 무시할 수 없는 내공으로 꽉꽉 채워졌다.

▲ 가인, 가수
월드스타 싸이(37)가 글로벌 히트곡 ‘강남스타일’의 ‘말춤’에 이은 후속곡 ‘젠틀맨’의 춤으로 따올만큼 브아걸의 ‘아브라카다브라’는 2009년 발표 당시 대히트곡이었다. 브아걸은 그러나 이후 다소 주춤한 상태다. 가인은 2010년 10월 솔로 데뷔 앨범 ‘스텝 2/4’를 내놓고, 대신 솔로로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걸출한 작곡가 윤상(46)과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작곡가 이민수(38)가 공동 작곡한 ‘돌이킬 수 없는’은 가인의 당당하고 도발적인 매력을 잘 살리며, 그녀의 솔로 데뷔를 성공적으로 도왔다.

2012년 12월 내놓은 솔로 앨범 ‘토크 어바웃 S’의 타이틀곡 ‘피어나’는 가인의 매력이 만개한 곡이다. 여성이 성적인 만족감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을 은유한 노래와 뮤직비디오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형태로 신선함을 안겼다. 최근 발매한 세 번째 솔로 앨범 ‘진실 혹은 대담’(Truth or Dare)도 전작 못지않다. 욕실 커튼 너머 뒤엉킨 남녀의 실루엣이 담긴 티저 사진을 필두로 과감하고 솔직한 노랫말이 인상적인 ‘Fxxk U’는 그녀의 도발을 극대화했다. 글래머러스한 수많은 걸그룹 멤버들에 비해 다소 작은 체구임에도 가인이 섹시한 이유다. 섹시함은 태도라는 걸 그녀는 새삼 증명한다.

해체에 직면한 상황이지만, 2000년대 후반 한류그룹 ‘소녀시대’와 함께 가요계를 양분한 걸그룹 원더걸스 멤버 중 선미는 특별히 튀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배우로 전향하기 위해 원더걸스에서 최근 나온 소희(22)와 함께 팀의 막내로 주목 받았지만, 이 팀의 아이콘은 사실상 윙크를 내세운 소희였다.

3년7개월 만인 지난해 8월 솔로 데뷔싱글 ‘24시간이 모자라’는 그러나 그간 숨겨왔던 선미의 가능성이 폭발한 곡이다. 핑크빛 머리에 딱 달라붙어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보디수트를 입고 맨발로 무대에 오른 그녀는 원더걸스 시절보다 무대에서 더 빛났다. 최근 발표한 첫 미니앨범 ‘풀 문’의 타이틀곡 ‘보름달’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진다. 역시 각선미를 오롯이 드러낸 맨발로 안무를 선보이는 선미는 뱀파이어 콘셉트로 비장미까지 더했다.

‘보름달’은 작곡가 겸 프로듀서 용감한형제(35)가 만들었다. 역시 지난해 용감한형제가 만든 그룹 ‘애프터스쿨’의 ‘첫사랑’과 비슷한 분위기의 펑키가 인상적이다. ‘첫사랑’은 당시 봉 댄스만 부각됐고, 노래 자체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끈적끈적함이 매력인 이 곡은 사실상 저평가된 부분이 있다. 선미는 ‘첫사랑’을 발전적으로 수용한 ‘보름달’에서 가녀린 몸에서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우아함을 드러내며 자신의 인장을 분명히 한다.

걸스데이도 그렇고, 선미도 그렇고, 섹시함을 내세우는 여성 가수들은 박지윤의 자장을 벗어날 수 없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한 시대를 풍미한 엄정화(45)의 ‘초대’에서 원류를 찾을 수 있겠다. 하지만 20대에 갓 진입한 전형적인 미인의 도발적인 ‘성인식’은 상상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그 아우라가 현재도 박지윤를 감싸고는 있다. 그러나 자신의 레이블을 통해 발매한 7, 8집으로 싱어송라이터의 수식도 추가한 박지윤에게 이제 섹시함은 다채로운 모습 중 하나로 인식된다.

최근 발표한 싱글 ‘이너 스페이스(Inner Space)’의 타이틀곡 ‘빕(Beep)’ 무대에서 수많은 댄서들과 춤을 춰도 댄스 가수로만 보이지 않는다. 박지윤은 지난해 작곡가 겸 프로듀서 윤종신(45)이 이끄는 미스틱89에 둥지를 튼 뒤 대중성과 음악성의 절묘한 조화를 실험 중이다. 30대 초반이라는 나이를 긍정하고,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성숙한 매력은 여느 20대 아이돌이 따라올 수 없는 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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