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DBJ 홈페이지 캡쳐.
[김홍배 기자]미국 방송기자 2명이 생방송 도중 총에 맞고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CBS 계열의 미국 지역방송국 WBDJ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소속기자 2명이 버지니아주 남서부에서 생방송 인터뷰 도중 갑작스런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전했다.

사망자는 방송기자 앨리슨 파커(24)와 사진기자 아담 워드(27)였다. 인터뷰 중이던 지역 상공회의소 관계자 비키 가드너는 부상을 입었는데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 전해졌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26일 아침 베스터 리 플래내건은 생방송 중이던 TV 기자 2 명에게 총격을 가했고 사건 직후 용의자는 살해 동영상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렸다”다 전했다.

참혹한 장면이 담긴 영상은 이용자들의 피드에서 자동재생됐다. 모바일로 동영상을 감상하는 관행이 널리 보급되면서, 소셜미디어가 얼마나 큰 파급력을 미치는지 시사하는 사건이다라고 보도했다.

트위터는 베스터 리 플래내건이 ‘브라이스 윌리엄스’라는 가명으로 개설한 계정을 삭제했다고 발표했다. 트위터에 문제의 동영상이 올라온 지 8분 만이었다. 페이스북도 용의자의 프로필과 용의자가 만든 페이지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본 동영상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빠른 속도로 수백 차례 공유됐다. 이용자가 보려고 선택하지 않더라도 영상이 알아서 자동 재생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동영상 자동 재생 설정을 끌 수 있는 옵션을 갖추고 있다.

몇몇 누리꾼들은 문제의 영상을 캡처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에 다시 올렸다. 이 가운데 한 영상은 총격 사건이 일어난 후 몇 시간 만에 페이스북에 올라와 3,000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원본 동영상이 재생되는 웹브라우저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도 유튜브에 올라왔다.

지난주 트위터 계정을 개설한 플래내건은 자신의 관점에서 총격 장면을 촬영했다. 총 56초 분량인 이 영상은 용의자가 피해자 2명에게 다가가는 장면, 생방송 중이던 앨리슨 파커 기자에게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이 담겨있다.

트위터 대변인은 개별 계정에 관해 논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전했다. 페이스북은 사회 규범을 어기는 이용자가 개설한 페이지와 해당 이용자의 프로필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구글 대변인은 “유튜브는 불필요한 폭력이 담긴 영상을 반대하는 확실한 정책을 마련해놓고 있으며 문제가 되는 영상이라는 이용자 제보가 들어오면 해당 영상을 삭제한다”고 말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구글은 폭력적인 콘텐츠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트위터와 유튜브는 이슬람국가(IS)가 소름끼치는 영상을 올리면 부랴부랴 삭제해왔다.

문제가 되는 영상을 더디게 내린다는 비판을 받았던 트위터는 이번에는 발빠르게 대처했다. 플래내건이 영상을 올린 지 몇 분 만에 트위터는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지난해 8월 미국 사진기자 제임스 폴리가 참수되는 영상이 트위터에 올라왔었다. 트위터는 이 영상이 업로드되고 몇 시간이 지나서야 IS 계정을 삭제했었다.

그런데 이 같은 개선은 트위터의 노력이라기보다는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준 덕분이다. 트위터는 문제가 되는 콘텐츠를 여전히 직접 찾지 않는다. 대신 이용자들에게 삭제를 요하는 영상을 제보해달라고 부탁한다. 콘텐츠를 리뷰하는 트위터의 방식 자체는 종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콘텐츠가 온라인에 오래 머물수록 공유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빨리 삭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원본 영상이 삭제되더라도 해당 영상을 캡처해놓은 다른 이용자들이 다시 올릴 수도 있다.

26일 오후에 유튜브에서 ‘브루스 윌리엄스’라는 이름을 입력했더니, 총격 장면이 담긴 영상이 최소 3건이 검색됐다. 나머지 영상은 ‘충격적이고 혐오스러운 콘텐츠라서 삭제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여러 업체들이 흥미로운 콘텐츠를 내세워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고 경쟁하면서, 동영상은 소셜미디어의 핵심 콘텐츠로 떠올랐다. 올해 트위터는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앱인 페리스코프(Periscope)를 인수했다. 최근 페리스코프는 일간활동사용자(DAU) 숫자가 200만 명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영상 자동 재생 기능과 실시간 스트리밍이 등장하면서 폭력적인 무삭제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일례로 페리스코프에는 방콕 도심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심하게 훼손된 시신 영상이 올라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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