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직장인 김모씨(36·여)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청약 알바' 제의를 받았다. 2만원의 백화점 상품권을 줄테니 자신이 분양하는 A단지 청약에 참여하라는 권유였다. 김씨는 어려운 일도 아닌데다 "설사 당첨되더라도 계약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설명을 듣고 청약에 참여했다. 그 후로도 김 씨는 여러 차례 '알바 청약'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챙겼다"

최근들어 청약경쟁률에도 거품이 끼고 있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일부 아파트 분양 단지를 중심으로 은밀히 '청약알바'를 모집해 청약경쟁률 부풀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률이 높아지면 수요자를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눈속임까지 동원한다는 것이다.

청약경쟁률은 아파트 단지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건설사나 홍보업체는 물론 기사에서도 자주 인용된다. 청약 경쟁률이 높은 단지는 청약 당첨자가 계약으로 이어지도록 설득하는 근거가 되기도 하고, 나중에 분양권에 웃돈이 형성되는데도 도움을 준다.

또한 건설사들이 특정 지역에 아파트 단지를 조성한 후 시리즈 형태로 2차, 3차 아파트 단지를 분양할 때 청약경쟁률을 홍보 수단으로도 사용하기도 한다. 특정 단지가 수십에서 수백대 1의 청약 경쟁률로 마감될 경우 2,3차 단지는 아주 쉽게 분양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청약 경쟁률이 높으면 건설회사의 아파트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알바'까지 내세워 청약경쟁률을 부풀리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파트 분양 관계자는 "보통 분양업체 관계자의 지인들을 모아 청약에 나서게 한다"며 "알바를 동원해 청약경쟁률을 끌어올린 단지들이 꽤 많다. 이렇다보니 정확한 청약경쟁률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제 아파트 단지가 얼마나 인기를 끌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계약률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 팀장은 "청약률은 일종의 가계약을, 계약률은 실제로 팔린 수치를 바탕으로 한다"며 "청약률이 높아도 분양률이 낮은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청약경쟁률에 얼마나 허수가 존재하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청약경쟁률을 인기 척도로 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반 청약자들이 계약률을 확인하기란 어렵다.

청약경쟁률의 경우 금융결제원에서 운영하는 아파트투유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지만, 계약률은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해당 건설사 담당자 등에 문의해야 하는데, 막상 이들이 고지해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설업계의 분양관계자는 "청약 경쟁률이 높더라도 계약은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저조한 계약성적이 알려졌다가 자칫 다른 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칠까봐 (계약률을) 알려주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미분양이나 지역별 분양률 등을 확인할 것을 조언했다.

미분양 물량은 실제로 확인이 가능하다. 이를 확인하면 얼마나 계약으로 이뤄졌는지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서는 단지별로는 아니지만 지역별로 분양 직후 6개월 동안의 계약률을 공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근 청약열풍이 불고 있다는 지역의 청약경쟁률이 '조작된 홍보'인지, 집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실제로도 많은지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김 팀장은 "청약경쟁률 뿐 아니라 미분양 물량, 계약률 등을 함께 파악해야 분양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