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역구 골프장 공사 중단하라"

"얼마 안 있으면 물러날 것 같은데…" "발가락으로 일하나"

"일어서서 물건 좀 꺼내봐라, 내가 좀 보게"

"위원장님은 집 나간 며느리냐, 전어 철이 되니 돌아왔다"

▲ 심일보 편집국장
지난 10일 시작된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오는 23일까지와 내달 1일부터 8일까지 두차례로 나뉘어 실시된다. 이번 국감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정부의 공과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마지막 무대로 여겨지고 있어 여야 모두 양보 없는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올해도 깊이 있는 감사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뚜린 것이다. 국정에 대한 견제와 균형보다는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구태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막말과 막무가내식 질의, 무리한 증인과 참고인 요청 등 반복됐던 의원들의 추태도 반복되고 있다.

지금까지 성적표는 한마디로 ‘저질국감’이 정답이다. 그래서일까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잇따라 반성의 뜻을 밝혔다. 전날 있었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에 대한 질의 과정에 대해 일부 언론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제(17일)신 회장을 불러 롯데의 복잡한 지배 구조와 순환 출자 고리에 대해 묻겠다던 의원들은 이날 실제로는 엉뚱한 질문들만 쏟아냈다.

새누리당 박대동(초선·울산 북구) 의원은 신 회장에게 "(당신은) 한국인이며 한국 기업을 운영한다고 했는데, 한국과 일본이 축구 시합을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고 물었다.

또 새정치연합 신학용(3선·인천 계양갑) 의원은 신 회장에게 지역구 민원을 했다. 신 의원은 "내 지역구에 있는 계양산에 롯데가 골프장을 건설한다고 통행을 금지해 놔 등산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신 회장이 "(저 혼자) 개인적으로 못 하겠다고 약속하지는 못한다"고 하자 신 의원은 "고집을 부릴 거냐"고 다그쳤다. 결국 신 회장은 "(건설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다음 질문자로 나선 새누리당 김상민(초선·비례) 의원은 국감을 '개그 콘서트' 분위기로 만들었다.

김 의원은 네이버 윤영찬 대외담당이사를 증인석에 불러 포털의 정보 배치권 문제를 지적하면서 옆에 앉은 신 회장을 향해 "오리온 초코파이를 먹고 싶은데 롯데 초코파이가 자꾸 앞에 있어요. 신동빈 증인, 롯데마트에서도 이렇게 안 하죠?"라고 했다. 참석자들이 일제히 웃었고 신 회장은 "예"라고 답해야 했다.

한마디로 재벌 앞에서 ‘재롱떠는 모습’ 그 자체였다.

이외에 야당 의원들이 정부 기관장을 상대로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올해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집중 타깃이 됐다. 새정치연합 김영록(재선·전남 해남 완도 진도) 의원은 지난 15일 기획재정위 국감에서 최 부총리를 향해 "얼마 안 있으면 (자리에서) 물러날 것 같은데, 법인세라도 정상화하는 게 가장 큰 업적이 되지 않겠느냐"며 비꼬았다.

박영선(3선·서울 구로을) 의원은 "얼굴은 뻘게지셔 가지고…"라며 외모를 문제 삼았다. 새정치연합 홍종학(초선·비례) 의원은 대기업에 대한 조세정책과 노동 개혁 등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며 "기재부 공무원들이 재벌의 하수인이 되어서 재벌들의 소원만 들어준다"고 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인 김동철(3선·광주 광산갑) 의원은 15일 국민안전처 감사 도중 "(안전처가) 도대체 머리로 일을 하는지, 발가락으로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장관이 모르시는 중에 과장이라는 '작자'가 이렇게 한 거냐"고 했다.

급기야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동조합은 17일 정부와 공무원에 대해 막말을 한 의원들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공무원노조는 "면책특권을 악용해 공무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실상의 범죄 행위"라며 "함량 미달 국회의원" "C급 정치인들"이라고 했다.

의원들의 '가벼운' 어휘 선택도 논란이다.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 새정치연합 신경민(초선·서울 영등포을) 의원은 지난 11일 동료 의원이 통일부 장관의 잘못된 인사 문제를 지적했으나 장관이 인정하지 않자 "○○○ 의원이 그렇게 무식하냐. 국회의원 '쪼다'라는 이야기다"라고 했다.

14일 복지위 국정감사장에선 새누리당 이종진(초선·대구 달성) 의원이 엉뚱한 증인을 호출해 질문하다 뒤늦게 취소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김재수 내츄럴엔도텍 대표를 증인석으로 불러 "해썹(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기준) 인증을 받으면서 실험 일지를 허위 작성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해썹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는 기관이었고, 이 의원은 그제야 "○○식품 대표가 아니었느냐"며 수습했다. 국회 관계자는 "의원들이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보좌진이 써준 질의서만 보고 읽기 때문에 종종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 했다.

한마디로'국감 쇼'는 올해도 여지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밥값'을 못하고 '꼴값'하는 일부 의원들에게 단죄를 내릴 총선이 내년 4월로 다가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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